하이닉스 워크아웃 졸업 ‘목전’

2005-04-21     파이낸셜투데이
누구 손에 넘어갈까…주인찾기 뜨거운 감자로 부상
상반기 워크아웃 졸업…독자기업 ‘飛上’ 꿈꿔
51% 지분 대한 매각 2006~2008년 이뤄질 전망

하이닉스 채권단이 하이닉스 리파이낸싱을 위한 최종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따라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하이닉스 반도체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가능하게 됐다.
채권단은 2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단행키로 결의했다.

특히 채권단은 올 하반기부터 매각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세계 D램 2위 업체인 하이닉스가 누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채권기관 협의회를 열어 리파이낸싱 자금 2조원 가운데 1조2천500억원은 채권단이 하이닉스 보유 자산을 담보로 신티케이티드 론 방식을 통해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채권발행을 통해 해외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채권단은 채권은행단간 협조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하면 상반기 중으로 리파이낸싱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1조5천억원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나머지 5천억원 가량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채권단은 1조5천억원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외부 신규자금이 조달될 경우 워크아웃 졸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의된 안은 각 채권기간의 서면결의를 거쳐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확정된다.
신디케이티드 론(Syndicated Loan)은 복수의 금융기관이 차관단을 형성해 특정차주에게 일정조건으로 대규모의 중장기자금을 융자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단은 또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확정되면 출자전환 주식을 보유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출자주식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보유지분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장외매각 허용 분(2006년 12월 이후 매각 가능)을 우선적으로 국내외에 공동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 2007년 12월 이후 매각할 수 있는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협의회 구성원 간 논의를 통해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매각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하이닉스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올 상반기에 워크아웃에서 졸업, 차입금 부담에서 벗어나 독자기업으로서의 ‘비상’(飛上)을 꿈꾸게 된다.

이는 당초 구조조정촉진법 적용 시한 대비 1년 6개월 이상 앞당겨 지는 것이다.
앞서 하이닉스는 99년 현대ㆍLG반도체의 무리한 합병 과정에서 15조8천억원(99년 10월 연결기준)의 천문학적인 차입금을 떠안게 됐고 때마침 불어닥친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으며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세차례에 걸친 채무조정을 거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00년 이후부터 사업 구조조정,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이 이뤄졌고 2001년 상 반기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통신, LCD 부문을 매각한데 이어 작년에는 비메모리 부분을 매각함으로써 구조조정을 마무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오토넷, 이미지퀘스트, 현대큐리텔 지분, 농구단, 영동사옥, 서초사옥 등이 모두 정리됐다.

채권단이 대규모 리파이낸싱 계획을 세운 것은 리파이낸싱으로 인해 금리는 낮아지고 대출기한이 연장되면서 자연스레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매각 본격화를 위한 수순인 셈이다.

실제로 채권단은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확정되는대로 ‘출자 주식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 올 하반기부터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보유지분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장외매각 허용 분(2006년 12월 이후 매각 가능)을 우선적으로 올 3분기부터 국내외에 공동매각하고 2007년 12월 이후 매각할 수 있는 나머지 지분 51%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통해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매각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51% 지분에 대한 매각은 2006-2008년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하이닉스의 성장세에 비춰볼 때 30% 지분 매각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하이닉스는 수년간의 개선작업을 거쳐 지난해 매출 6조970억원, 영업이익 2조240억원, 순이익 1조7천230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 D램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 타격이 예상되고 있지만 1분기에도 26-28%의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산규모만 8조원에 달하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매년 2조원 가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 의향 업체가 선뜻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거 빅딜로 반도체 부문을 정리한 LG전자가 삼성전자와의 경쟁 등을 고려, 성장동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하이닉스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LG전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LG전자는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대한전선, 동부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이들 기업의 향후 행보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수익성 측면에서 외국자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이미 외국계 2~3곳이 ‘입질’을 시작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하이닉스의 비메모리부문도 지난해 미국계 시티그룹 벤처 캐피탈 등의 컨소시엄으로 넘어간 바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더라도 국부 및 기술 유출 등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해외 매각은 좀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의 1차 30% 지분 매각은 블록 딜 방식에 따른 지분 분산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주인찾기’의 윤곽은 내년 이후 드러나지 않겠느냐”며 “하이닉스가 시장에서 매각 방식 및 주체 등에 대해서는 좀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