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어쩌다 이 지경까지… 사태 수습도 깜깜

사실상 허가 취소… 투자자·환자·보험사 등 피해 심각 국내 투여환자 3000명 넘어… 코오롱 국비 반납 처지

2020-06-18     한종훈 기자
코오롱생명과학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운명은 결국 허가 취소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28일 충북 오송청사에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의견을 듣는 청문을 진행했다. 의약품 품목허가 취소는 행정처분에 속해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분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처분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포가 뒤바뀐 경위와 임상에서 유리한 데이터를 선별했다거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고도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전성과 유효성이 임상에서 입증됐다는 사실과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청문으로 식약처의 허가 취소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가 앞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인보사의 세포가 뒤바뀐 경위와 이유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조사 중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허가에 기재된 바와 동일한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와 관련해 내놓은 자료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역시 허가 취소 처분이 번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떠나 허가받지 않은 성분이 의약품에 포함된 데다 임상 데이터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과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 뿐만 아니라 투자자·보험사·투여 환자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보사에 대해 정부 부처는 연구개발(R&D)을 지원했다. 복지부 신약개발 지원사업(2002~2007년)·산업부 바이오스타 프로젝트(2005~2011년)·복지부-과기부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사업(2015~2018년) 등을 통해 최소 147억원의 국비가 코오롱생명과학에 들어갔다. 허가 취소가 확정 될 경우 코오롱은 이 금액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보사 피해 관련 소송도 줄을 이었다.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은 지난 5일 인보사에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민·형사 소송에 돌입했다. 소송에 참여한 업체는 DB손해보험·삼성화재보험·KB손해보험·MG손해보험·흥국화재해상보험·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메리츠화재해상보험·현대해상화재보험 등 10곳이다. 인보사의 판매 구조는 병원이 제약회사로부터 인보사를 구매한 뒤 환자에게 원내처방 후 사용하면, 환자가 병원에 약제비를 납부하고 그 비용을 보험회사에 청구한다. 지금까지 지급된 보험금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보사로 인해 피해를 본 소액 주주들도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예정액 포함)은 현재까지 약 26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투여 환자들로 구성된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 배상 청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 1회 주사 비용이 약 700만원 가량인 인보사는 소송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보사는 국내에서만 3000명이 넘는 환자가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 가운데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3일 “위탁생산 업체가 2017년 3월 1액과 2액에 대해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2액이 신장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고 공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검사결과를 인보사 품목허가 하루 뒤인 2017년 7월 13일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