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ㆍ롯데마트 ‘싸움’에 중소상인 ‘등’ 터진다
삽겹살값 ‘10원 전쟁’에 피멍드는 재래상인들
[매일일보=신성숙 기자] “고기는 주로 동네 시장에서 사곤 했는데 행사한다고 해서 (대형마트에) 나와 봤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엔 (100g당) 10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가게 돼요.”(30대 주부 백모씨)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지난 25일부터 창립기념행사를 통해 삼겹살 등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면서 모처럼 매장이 소비자들로 북적거렸다. 반면 고객을 뺏겨버린 전통시장의 공기는 중소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하다.
중소상인들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하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창립기념 할인행사를 통해 대표 품목인 삼겹살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다음달 14일까지 총 2,000여종의 품목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개점 19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총 1,000여개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롯데쇼핑 창사 33주년 행사를 열고 있다.
당초 롯데마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삼겹살을 100g당 980원에 팔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이마트가 100g당 850원에 판매한다고 홍보에 나서자, 롯데마트는 즉시 140원이나 값을 내려 840원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마트가 다시 가격을 조정해 10원이 더 싼 830원으로 판매에 나섰다. 결국 롯데마트는 다시 10원을 깎아 이마트와 같은 가격으로 맞췄다.
상대 업체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이틀에 걸친 ‘할인전쟁’ 끝에 결국 양쪽은 똑같은 가격에 삼겹살을 팔게 됐다.
대형마트가 이처럼 10원 차이를 두고 ‘최저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 정육점만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다.
100g당 1500~1800원선인 국산 삼겹살을 대형마트가 반값 이하로 판매하면서 전통시장과 동네 정육점에서도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선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0g당 1200원 안팎으로 판매되는 수입 삼겹살과 비교해도 대형마트와 30%이상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경기도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 씨는 “길 건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갑자기 고기값을 내린 통에 저희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내렸습니다. 이건 안파는 것만 못해요. 그렇다고 고기를 썩힐 수도 없는 일이고…”라며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한편, 할인행사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매장들은 삼겹살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매일 수십~수백톤에 이르는 삼겹살과 목살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의 도 넘은 할인행사에 중소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지자체의 휴일 의무휴업 규제에 소송으로 맞서며 휴일영업을 재개한 유통공룡들이 이번에는 뜬금없는 ‘삼겹살 전쟁’으로 중소상인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