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유연한 접근” 전향적 메시지 대북 추가제재에 묻혔다

美국무부, 교착상태 풀기 위해 양보안 시사 메시지...직후 美재무부 대북제재 회피 관여 러시아은행 제재

2019-06-20     조현경 기자
이도훈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일괄타결식 ‘빅딜’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직전 북한을 향해 “유연한 접근”이라는 전향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며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하면서 묻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동아시아재단이 개최한 행사에서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실질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재개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실패했던 지난 25년간의 공식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북미 간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일정부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같은 행사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기본적으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과 안전보장 문제를 전면에 놓고 이야기했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정상화, 불가침 조약으로 북한 체제를 보장해줄 것을 제안한다면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서울 중국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 기조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북미 모두 나름대로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에 바탕을 두고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북미 양측이 기존 강경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난 새로운 협상안을 준비중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미국이 이 같은 전향적인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으나 직후 나온 대북 추가제재에 묻히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회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인더스트리앤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제공했다. 또한 해당 회사 2017년부터 중국 소재 회사에 여러 은행계좌를 열어주고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핵프로그램을 위한 수익 창출을 위해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회피,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재부무의 발표는 비건 대표의 기조연설 발언을 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