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2%마저 위험하다
반도체 하반기 반등론 꺾여·위축된 내수 보완 정책 마련도 난항
2020-06-23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올해 성장률 2% 달성하면 다행이다." 과거 진보정권에서 고위 경제관료를 지낸 한 의원의 말이다. 그는 "올해 국세수입,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가 부진한 걸 보면 우리 경제가 급속한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너도나도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 초반대로 낮추었고 심지어 2% 턱걸이를 내다보는 신용평가기관도 있다. 경제당국은 물론 국내 연구기관, 정치권에서도 성장률 하향 조정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성장률을 2.6%~2.7%로 전망하며 내놓은 반도체 하반기 반등 예상이 빗나가고, 경기 활성화를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정책 보완 노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깥에선 더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로 낮추며 반도체 부진 악재 위에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가격이 3분기와 4분기에도 10%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하반기 반도체 수요 증가가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보지만 우리 국내의 설비투자를 드라이브할 정도의 강한 수요 상승세는 아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출 부진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에 KDI도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에 대한 내수 기여도를 기존 2.0보다 1.3으로 낮추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수출 부진을 진단하며 "투자활성화, 복지지출 확대, 재정조기집행 등 정책노력이 성장세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근로장려금 2018년 소득분이 오는 9월 지급되는 등 일정 부분의 정책 긍정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기존 계획과 달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규제활성화법 등 투자 심리를 활성화할 정책들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제정책 '투톱' 교체도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 또 정부 내에서조차 7월초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 안팎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의 하반기 반등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