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의존·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성장률 저하" 쓴소리에 정부 인식 변화오나
3대 신평사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 2.17%...정부 전망치 2.6%보다 훨씬 낮아
정부, 경제인식 비판에 다음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서 2.5%이하로 낮출 듯
2019-06-23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이 반도체 가격 하락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이유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여전히 높은 경제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정부의 경제인식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현재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2.6∼2.7%로 국내외 주요 기관 중 가장 낙관적인 편이다. 반면 골드만삭스(2.3%→ 2.1%)를 비롯해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 2.17%.(피치2.5%→2.0%, 스탠다드앤푸어스 2.5%→2.4%, 무디스 2.3%→2.1%)다.
▮ 반도체 경기 회복 예상 시기, 미중 무역전쟁으로 뒤로 밀려
해외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 하향 전망의 이유로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회복 예상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는 시점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3분기에서 4분기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가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면서 올 3분기(7∼9월)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연내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 그룹을 제재하면서 중국 수요 감소→D램 등 반도체 재고 증가→가격 추가 하락→기업 실적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말까지 7달러 선을 유지했지만 올 들어 하락세가 본격화되며 지난달에는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달러 선 밑으로 추락해, 3.75달러까지 내려갔다. 피치도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급락해 이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기업 투자의욕 꺾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지적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한국 수출 압박 등 글로벌 악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2018년 말부터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값은 폭락해 이익 마진의 압박이 발생했다"면서 "반면에 지난 2년간의 한국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업 심리와 이윤에 부담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자본 지출을 급격히 줄였고, 민간 설비 투자는 2018년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9년도 1분기는 작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피치는 "내수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도 무역 전쟁이 더 확산하지 않고 약달러 환경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피치는 또 "약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25bp(1bp=0.01%) 인하하도록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정부, 경제인식 괴리 비판에 경제성장률 낮출 듯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집행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 변화가 없이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는 경제인식이 괴리에 대한 비판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5% 이하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작년 말에 금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생각했던 여러 경제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도 점점 높아가는 상황이다", "추경안도 아직 심의되지 않았다"고 발언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 하락을 사실상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