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新남방정책, 전략 실행에 집중할 때

2020-06-25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년에 공식화된 신남방정책의 주요내용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상호협력을 주변 4강(미·일·중·러)의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적용 분야는 일반적인 경제협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외교안보, 문화예술과 인적교류 등에 걸쳐 다양하다.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라는 3P에 근간을 뒀다는 점도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정책이 흔히 그렇듯이 실무측면에서는 다소 추상적이라는 단점도 지적된다. 먼저 지적되는 사안은 국가별 특색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만 보더라도 내륙과 제주도, 서울과 부산 등 지역별로 성향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서구권의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동북아시아를 한 지역으로 보는 것처럼 남방국가들을 하나로 묶어서 접근한다면 무리가 따른다. 또 장기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사전적 포섭과 핵심루트의 개척 등에 대한 실무 차원의 논의도 충분치 않다. 여기에는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국내의 관행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문제도 포함된다. 우리는 지역과 역사에 대한 이해에 앞서 우리 식으로 판단하고 결과 중심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크다. 흔히들 외국과 국내기업들 간의 상이한 해외진출사례가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자는 해당 지역사회에서 자국기업처럼 자리잡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문화적인 접근부터 시작하지만 후자는 일단 팔면 된다는 매출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그것이다. 이는 건설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입찰공고 이후에 수주활동을 시작하며 기업차원의 정보망을 구축하거나 사전작업을 꾸준하게 실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설령 있더라도 대개는 기관의 지원이 아닌 개인역량의 발현이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가령 재능있는 직원이 이동하면 다시 제로베이스가 되는 식이다. 이렇다보면 전략목표의 수립과 달성에 요구되는 경험의 축적은 물론 필요인력의 수급도 영향을 받는다. 사업 발굴과 기획, 자본 조달, 시공과 유지관리가 점차 하나의 발주건으로 통합되는 현재의 추세에 맞춰 전문분야의 지식에 더해 비즈니스와 국제감각까지 갖춘 인력양성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모두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면 안된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역할은 주체가 아닌 지원이기에 근본적인 투자는 수요처인 기업들의 몫이다. 역량있는 인적자원을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축적하기 위해 단기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반론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양성제도를 꾸준하게 실행한 모 기업이 좋은 사례이다. 기업정보망의 운영이라면 해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동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비전을 위한 꾸준한 자원과 역량의 투입이라는 교과서적인 표현을 우리 문화에서 현실화하는 방안을 찾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번에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는 있지만 시간을 만들 수는 없으므로, 국익에 필요한 정책이라면 정권교체 등의 변화와도 무관하게 지속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이 전문가를 검증해준다는 린디효과가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할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