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거제 옥포 ‘랜드마크’에 입점 추진 논란

“전통상권 붕괴로 지역경제 초토화”

2012-10-31     신성숙 기자

[매일일보=신성숙 기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거제시 옥포에 분양 중인 ‘엘크루 랜드마크’ 아파트에 롯데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중소 상공인들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거제YMCA 등으로 구성된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는 30일 “옥포지역 대형마트 입점은 소비자의 편리성에 비해 지역상권 붕괴와 지역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대형마트 입점반대를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년간 거제에 추가 입점 않겠다”던 약속 어겨
시민단체·중소상인들 ‘입점반대 대책위’ 구성

대우조선해양이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엘크루 랜드마크’는 거제시 옥포동 241-1번지 일원 1만 8606㎡의 면적에 지하 3층~지상 27층 4개동 365가구 규모로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이 단지의 1동 옆 지상1층, 지하2층에 대형마트 공간사용으로 허가된 부지가 포함되어 있다.

거제 경실련 등에 따르면 ‘엘크루 랜드마크’의 대형마트공간에 들어올 업체는 롯데마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측은 지난 17일 대책위 공동대표 중 하나인 옥포시장상인회 한봉규 회장을 만나 “대우조선해양 측과 롯데마트 입점에 대한 협의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으며,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인회 측은 “(롯데마트 입점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관련 중소 상인 단체 뿐 아니라 시민단체, 거제시, 시의회에 협력과 연대를 호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측이 이처럼 반대 의사가 확고한 한 회장을 수차례 찾아간 이유는 대형마트 입점을 위해선 인근 지역 시장·단체의 동의를 얻어 ‘상생협력서’를 시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롯데 측이 약속을 어기면서 비롯됐다.

앞서 지난 8월 29일 롯데마트는 거제 장승포점을 오픈하면서 거제슈퍼마켓협동조합 측에 “향후 3년간 거제에 직영점을 추가로 입점하지 않고 심야영업금지, 월 2회 휴무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로부터 채 두 달도 안돼 새 점포 오픈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약속을 저버린 롯데마트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입점반대를 위한 대책위’에는 거제경실련과 거제YMCA 등으로 구성된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 옥포시장상인회(한봉규회장), 거제수퍼마켓협동조합(강갑봉이사장), 대리점협의회(여현호회장), 지역경제협의회(백말숙), 장승포농협(서정찬), 신현농협(류형국), 거제수협(이종기단장) 등 지역의 유력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향후 대책위는 조직과 재정에 대한 규약을 새롭게 만들어 내달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위 활동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성업 중인 장평 홈플러스의 경우 2010년 7월 기준 연840억원, 2012년 9월 기준 연640억원 상당이 지역 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대형마트 입점은 전통시장을 붕괴시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몰고 가는 등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진출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마트 측은 옥포상인회 등 지역 단체들과 접촉하며 입점을 위한 우호적인 여론형성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일부 주민들은 “낙후된 쇼핑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입점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거제시와 시의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대다수 시의원들은 “롯데마트가 들어서면 전통지역상가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 건립에 대한 사업(분양)승인을 내줬을 뿐”이라며 “상생협력계획서를 충분히 심의·검토하겠다”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측과 (롯데마트 입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본 상황”이라며 “거제 옥포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라는 공동체가 중심을 이루는 지역인 만큼 주상복합건물에 지역주민과 대우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입점을 추진 중이며, 중소상공인들과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겠다”며 입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