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후폭풍… ‘롯데그룹’에 칼 꺼낸 공정위

롯데 신동빈 회장 등 대규모 ‘통행세’ 의혹 조사 착수

2012-10-31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통행세’ 등 내부거래 관행에 대해 칼을 꺼내들었다. 일감을 몰아주는 계열사는 물론 받아 챙긴 업체도 제재를 가하는 한편 각종 꼼수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 등 엄정 대처키로 했다.

‘통행세’ 꼼수 차단…일감받은 계열사도 처벌
“봐주기 없다” 위법행위 검찰 고발 대폭 확대
신 회장 정조준…‘롯데기공’ 계열사 조사 착수

공정위 관계자는 30일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통행세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계열사간 내부거래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통행세란 대기업 계열사가 중소기업에 발주를 할때 업무와 관계없는 다른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넣은 뒤 가만히 앉아서 챙기는 수수료를 이르는 말이다.공정위가 재벌기업들의 내부거래에 다시 칼을 꺼내 든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대두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열풍과 무관치 않다. 주요 대선주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재벌의 불공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번 국감이 제공했다.지난 11일 공정위 국감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재벌기업들의 횡포를 지적했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롯데그룹 계열사들 간의 대규모 통행세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안덕수 의원은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을 꼬집었으며,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정당국의 과징금이 부당이득금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특히 김 의원은 지난 23일 종합감사때 “현행법상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들만 처벌을 받게 돼 있어, 지원을 받은 업체의 주식을 갖고 있는 로열패밀리들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며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에 공정위는 재벌 총수일가들의 불공정행위 규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 과정에서 숟가락만 올리는 수법으로 슬그머니 중간수수료(통행세)를 받아 챙기는 꼼수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중간 계열사 대부분이 오너 일가들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업체여서 그간 통행세가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또한 일감을 몰아주는 계열사는 물론 받아 챙긴 업체도 가욋돈을 토해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식으로 그룹 일감을 떠안은 계열사에 대해서도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겠다는 것.나아가 위법행위를 적발하고도 그냥 ‘덮어둔다’는 비난을 의식해 앞으로 검찰 고발제를 대폭 확대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향후 핵심과제로 ▲대기업 중소기업간 공정거래와 동반성장 ▲소비자 참여확대 ▲불공정 행위 근절 조치를 제시한 바 있다.현재 공정위는 관련 규정 개정작업을 벌이는 한편 재벌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우선 공정위는 ‘롯데쇼핑·세븐일레븐·롯데리아(지원기업)-롯데기공(수혜기업)’으로 이어지는 롯데그룹 내 대규모 ‘통행세’ 거래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롯데기공이 별다른 역할 없이 다른 계열사들의 거래에 끼어들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것.앞서 강석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내 최대 업소용 냉장·냉동고 제조사인 롯데기공이 계열 유통사(롯데쇼핑 등)에서 장비 보수료를 월정액으로 받아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강 의원은 “롯데기공 본사 장비보수(AS)팀 인력이 3명에 불과하며, 계열사들의 애프터서비스 요청을 각 지역 하청업체에 전달하는 단순 콜센터 역할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계열사들로부터 월정액 보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롯데기공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애프터서비스 하청업체를 1개씩 지정, 계열사들 장비 보수료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챙긴 뒤 하청업체들에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기공의 역할이 ‘단순 콜센터’임에도 중간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통행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7월에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롯데기공에 ‘통행세’를 챙겨준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이와 관련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지시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다.한편 공정위는 롯데그룹 외에도 삼성 현대차 SK 등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물류·광고·시스템통합(SI) 등 분야에서 계열사간 통행세 지급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삼성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기획의 내부거래 일감 비율은 2010년 기준 51.5%였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SK M&C의 내부거래 비중도 같은기간 37.5%에 달했다.현대차 오너 3인(정몽구·정성이·정의선)이 지분 100%를 소유한 이노션의 경우 2008년 매출이 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대·기아차의 일감 지원으로 2010년 2조6985억원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