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 울화병 키우는 정부

2020-06-25     송병형 기자
송병형
너무 뻔한 거짓말을 들으면 ‘나를 어떻게 보고?’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국민과 정부 간이라고 다를까. #지난 15일 오전 6시 48분 북한의 소형 나무배 한 척이 삼척항 부두에 접안했다. 어선이었고 네 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네 명 모두 도저히 어부라고 볼 수 없는 차림새에 태도조차 수상쩍기 그지없다. 해경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관심 없는 듯 딴청을 부리는가 하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기까지 한다. 과거 우리 예비군 훈련장에서 보던 그런 태도다. 정부 발표로는 그 네 명 중 두 명은 귀순했고, 다른 두 명은 귀환했다. 정부는 두 명을 바로 돌려보냈다. 군도 국정원도 다른 관련 부처 당국자의 눈에도 그들이 수상쩍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그런데 수상하지 않은데도 왜 국방부와 합참은 당일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을까. 지하벙커 회의 이틀 뒤 국방부 브리핑에서 그 수상한 사람들은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 삼척항 인근에서 구조된 북한 어부들로 설명됐다. 그 브리핑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까지 참석했다. 청와대는 은폐 의혹이 거세지자 초기 해경 보고가 언론에 전파된 점을 들어 ‘실수’ 정도로 규정하고 나섰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발사 당시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발사체’라고 정정한 것처럼 말이다. 첫 발사 이후 두 달 가까이 되도록 여전히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여부를 분석 중이니, ‘결코 은폐가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강변도 한참을 갈 듯하다. 남북 관계의 새 장을 열었던 주역 중 한 명인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처럼 대북 유화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면 일부 보수에선 굉장히 염려를 하고 있으니 안보에 대해 아주 강해야 한다”며 “어선 노크 귀순도 해경이나 경찰에서 한두 시간 청와대에다 핫라인으로 보고를 했으면 그때 발표를 하면서 강하게 조치를 했으면 되는데 국방장관하고 합참의장이 귀순 당일 합참 벙커에서 회의하고 거기서부터 틀어진 것이다. 속이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시절 재벌 저격수라고 불렸던 김상조 교수가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에 올랐다. 그는 공정위를 떠나면서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 꺾는다고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다. 재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말을 어느 기업가가 신뢰하겠나. 애초 그가 추구해온 경제민주화와 우리 사회 기업문화와는 상극 아닌가. 하긴 상극이 어디 경제민주화 정책뿐인가. 소득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도 모순 자체다. 참여정부에 입각했던 김대환 전 장관은 “분배냐 성장이냐의 딜레마에서 나온 것이 소득주도성장이지만 경제학자로서 볼 때 용어 자체가 성립이 안 되며 소득주도성장은 족보가 없는 것이다. 어설픈 진보와 개념 없는 정치가 만나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을 국가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며 “기본이 안 된 친구들이 국정을 담당하고 있으니 화가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