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채이배 감금' 소환조사 불응..."빠루·해머부터수사하라"

나경원 "표적수사 응하지 않을 것" 소환조사 국면 본격화 의원직 상실 우려에 한국당 강경노선 국회정상화 불투명

2020-06-27     박규리 기자
자유한국당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에게 소환을 통보한 가운데,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빠루·해머부터 수사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국회정상화 합의가 파기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패스트트랙 고발에 따른 의원직 상실 불안감이 꼽히는 상황이라 소환조사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국회 파행 사태가 더욱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고소된 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조사가 시작된 것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과 빠루와 해머를 동원한 민주당의 폭력 진압부터 수사하면 우리 당도 당당하게 조사 받겠다"며 "집권 세력부터 수사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표적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국당을 저지하기 위해 속칭 '빠루'(노루발못뽑이의 일본말)와 공사용 해머까지 동원해 국회의 기물을 부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표적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 한 것이 의원들에게 개별 지침을 준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당이 소환 조사를 받으면 제가 제일 먼저 나갈 것"이라며 "폭력적인 상황을 초래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가 먼저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채 의원을 6시간 가량 감금한 혐의로 한국당 의원 여상규·엄용수·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다음달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영등포서는 이들을 상대로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서 채 의원 사무실을 점거한 채 출입문을 막는 등 물리적 공세를 펼친 혐의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네 명의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이들 네 명외에도 전체 고소‧고발 의원들 97명 중(민주당 25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중 58명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의원 자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회법 165조(국회 회의 방해 금지),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를 위반해서 벌금 500만 원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경찰은 이미 이미 국회 등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이달 말께 이 자료들에 대한 영상분석이 끝나는대로 한국당 의원을 포함한 피고발인들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소환조사 국면의 시작이다. 다수 의원들의 의원직이 걸린 만큼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당이 국회정상화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정호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은 심지어 자신들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에 응하고 있지 않다"며 "명백한 수사방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개혁입법 방해를 위해 드러눕는 침대축구를 하더니 폭력사태 소환 조사도 드러눕고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녹색당은 영등포서에 이은재, 김규환 한국당 의원 등 2명을 특수감금,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 의원 등이 채 의원을 감금하는 데 엄 의원 등과 함께 가담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