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경제활력대책은 짜깁기 일색...총선용 사회안전망 강화에 치중
투자세액공제율 한시적 2배 확대에도 기업 돈 풀지 미지수
주거·교통·교육·의료·통신 생계비 경감 등 재정투입 확대
2020-07-03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하반기 경기회복을 낙관했던 정부가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반년전보다 0.2%포인트 내려간 2.4~2.5%로 하향조정했다. 예상과 달리 경제여건이 악화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제활력을 되찾겠다고 내놓은 대책들은 상반기에 이미 발표한 대책들을 짜집기하거나 일부 확대하는 데 그쳤다. 대신 여당의 요구로 사회안전망 강화 등 재정 지출을 늘렸다. 결국 총선용 돈풀기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조원+α 프로젝트 등 10대 과제 중점추진
이날 발표된 정부의 대책은 3대 정책방향과 10대 중점과제로 요약된다. 3대 정책방향은 △활력제고 △체질개선 △포용강화 등이다. 이는 정부가 기존 추진해온 정책방향을 다시 확인한 수준이다. 이런 방향 아래 정부는 올 하반기 중점 관리할 10대 과제로 △10조원+α 투자프로젝트 추진 △규제샌드박스 확산 △제조업 전략수립 및 4대 선도 신산업 발굴 △서비스업-제조업 규제개선 △수출금융지원과 구조혁신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확대 △혁신형 사회적경제 모델 발굴 △인구정책 TF 과제 추진 △대내외 리스크 관리 등의 대책을 내놨다.
10대 과제 중 절반이 활력제고 방안들이다. 10조원+α 투자프로젝트와 규제샌드박스 확산을 통해 위축된 국내 투자를 되살리는 한편 4대 선도 신산업을 추가하고 신형 사회적 경제 모델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집권 초 경제정책 일면으로 나섰던 소득주도성장은 '포용성 강화'로 톤을 낮추며 뒤로 물러섰고, 10대 과제 중에서도 3개 과제에 그쳤다. 3대 방향 중에서도 경제 활력 제고에 무게를 두었다는 의미다.
▮특단 대책 빠진 짜깁기 정책 반복 확대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이미 나온 대책들의 반복 또는 일부 확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도 미중 무역분쟁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여기에 한일 간 무역분쟁까지 새로 추가되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하반기 여건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책은 기존 대책들 수준에서 머문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상반기에 걸쳐 비메모리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면 미래 신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고, 기존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도 발표했다. 이어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을 양대축으로 삼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전략까지 연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도 핵심규제 등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발표 역시 기존 대책의 반복인 만큼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제 감면 확대에도 소비·투자 심리 살리기 의문
정부는 이날 감세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설비투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2배로 확대하고, 적용대상도 늘린다. 정부는 최대한 조속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해 1년간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견기업의 경우는 3%에서 5%로, 중소기업은 7%에서 10%로 늘린다. 또한 15년 이상 된 노후차를 경유차가 아닌 신차로 교체하면 향후 6개월간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해주고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입하는 다자녀·대가족·출산 가구, 기초수급자·장애인 등은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투자 부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에 방점을 뒀는데 만회할 수단은 당장 세제밖에 없었다"며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이 준비하던 투자조차 뒤로 미루는데 이를 당길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세제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를 나타내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외환경 악화와 인건비 상승 등 위축될 대로 위축된 기업들이 이런 수준의 혜택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 대폭 강화...여당 "포용성 강화"
한편 이날 당정청은 국회협의를 통해 하반기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주거·교통·교육·의료·통신 등 5대 핵심 생계비 경감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실업급여 지급액 인상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