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한수원, '불량 부품 사용 역시 몰랐다'...아는 게 대체 뭐니?
영광 5,6호기 발전 정지 따른 경제적 손실 1100억
2012-11-06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횡령ㆍ뇌물ㆍ마약 등 굵직한 사건들이 줄줄이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한수원과 지식경제부는 지난 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원전 부품공급업체 8곳이 외국 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한수원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한수원과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해외 품질검증 전문기관이 확인서를 발급한 것처럼 속여 60건의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모두 7천682개의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미검증품이 사용된 원전은 영광 3·4·5·6호기와 울진 3호기로, 지경부와 한수원은 미검증제품을 전면 교체한다는 방침과 함께 영광 5,6호기는 이날부터 가동을 중단했다.한수원은 이날 브리핑 자료를 통해 지난 9월21일 외부 제보를 받은 후 자체 조사를 통해 위조가 의심되는 2건의 검증서를 해외검증기관에 확인해 '위조'사실을 10월19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한수원의 내부적인 자체 조사를 통해 파악된 것이 아니라 외부 제보를 통해 문제가 알려진 만큼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올 들어 납품비리 등으로 자정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입장과는 달리 안일하게만 대처해 왔다는 지적을 펴고 있다.홍석우 장관과 한수원 측은 또 이번 문제와 관련 “안전사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수원이 그동안 각종 납품비리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한수원의 안일한 늑장대처가 불러온 화근이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실제로 신월성 1호기, 울진 1호기 등 올해 들어 10월까지 원전 고장 발생 건수는 총 9건으로 여느 때 보다 원전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원전의 잦은 고장이 짝퉁부품과 한수원 내부의 비리와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어 그저 경악할 뿐”이라며 "그동안 한수원에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는데 모두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이와 함께 "때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의식을 계도해왔는데 정작 계도해야할 사람들은 한수원에 모두 모여 있는 모양"이라며 비판했다.업계에서도 또 다시 납품 비리에 휩싸인 한수원에 대해 환골탈태가 여전히 무리수라고 지적한다.일각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뿐만 아니라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의 책임론도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