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국민의 세금, 롯데에 줘버리지?"
노무현 때는 반대, 이명박 때는 찬성?…롯데월드 관제용역 논란
2010-03-26 정치부
정부, 제2롯데월드 '안전' 결론…사실상 허가, 야권 반발
민주 "항공운항학회 부회장, 롯데월드 건설 적극 찬성 인물"
[매일일보=정치부]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성 문제 등으로 15년을 끌어온 제2롯데월드 신축이 '기업 프랜들리'를 줄기차게 외쳤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사실상 '허가' 결정이 떨어짐에 따라 그 배경에다.
정부는 25일 오후 2시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장관급) 주재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를 열어 비행안전성 용역결과에 대한 전문가 소견을 듣고 '제2롯데월드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무총리실은 "제2롯데월드는 항공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 관련법상 비행안전구역 밖에 위치하고, 동편활주로 3도 방향변경 및 장비보완이 시행될 경우 안전거리가 충분히 확보되고 조종사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완화될 수 있는 만큼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성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군본부와 롯데물산간의 합의서 체결이 이뤄지는대로 이달 중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를 열어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한국항공운항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제2롯데월드 관련 최종용역보고서에서는 비행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신성환 한국항공우주법연구소 소장, 김연명 항공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실장과 대통령 전용기를 운항한 경험이 있는 이강윤 플라잉클럽 회장 등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항공운항학회의 용역결과를 설명듣고,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한국항공운항학회는 이에 앞서 행정조정위원회로부터 와류 문제와 관련된 상세 시뮬레이션,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헬기실험, 외국 타 귀빈용 공항의 사례 등을 보충해 줄 것을 통보받고, 이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학회는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롯데월드 건물과 같은 높이와 위치에 헬기를 띄우고 이착륙 시험비행을 실시, 비행착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회는 또 와류와 난류로 인한 항공기 이착륙 지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행에 영향은 있지만 안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이와 관련 민주당은 국무총리실이 제2롯데월드 안전검증용역을 한국항공운항학회에 의뢰한 것과 관련, "객관적이지도 않고 검증도 안된 학회에 객관적 사실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은 뻔한 결과를 놓고 하는 통과의례"라고 지적했다.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항공운항학회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등록도 되지 못한 학회이고 학회 주요 인사는 제2롯데월드 건립을 찬성하는 인물"이라며 "국회 국방위원회가 용역기관을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항공운항학회 학술지는 연구성과나 결과물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해 학술진흥재단에 등재조차 못하고 있다"며 "전혀 검증되거나 객관적인 기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이 부대변인은 또 "항공운항학회 부회장은 국방위에서 건설을 찬성하는 패널로 참석했었고 학회 회장이 상임이사로 있는 한국항공우주법학회는 롯데월드 건설 타당성을 홍보하는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학회 주요인사들이 건설 찬성론자"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그는 "제2롯데월드 건설은 비행안전은 물론 국민의 생존권과 결부된 중대한 사항인데 이에 대한 안전검증용역을 허가 방침을 정한 행정기관에서 한다는 것은 면피용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민주당 최영희 의원도 현 정부의 한국항공운항학회를 통한 비행안전 검증에 대해 "아무런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관제용역"이라며 철회를 촉구한 상태다.최 의원은 "한국항공운항학회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적극 찬성한 사람"이라며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의 개최도 없이 행정부 관료들로만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서 용역기관까지 결정한 것은 논란이 많은 제2롯데월드를 허가해주기 위해 서둘러 형식적 절차를 밟으려다 발생한 불법적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그는 특히 "지난해 8월 '3˚를 변경해도 의도적 비의도적 충돌 가능성이 증대된다'는 공군본부의 보고서를 내면서 소신을 지키던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곧바로 경질됐다"며 "국방부 장관까지 사인했던 해당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은 채 갑자기 국방부와 공군본부의 입장이 찬성으로 180도 돌변했다"고 지적했다.그는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법적 절차도 무시하며 서둘러 관제용역을 추진해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 시키려는 이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게 정부인가 싶을 정도"라며 "차라리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롯데에 줘버리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