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대일 맞보복' 선언...국회선 '반도체 추경' 추진

WTO 제소 외 수출규제·경제조치 검토...민주당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착공 지원"

2020-07-04     박숙현 기자
이낙연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수출규제·경제조치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맞보복을 선언했다.  국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추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이라든가 국내법상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 조치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있다"며 "정부가 그런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구체적 상응조치와 관련, '일본 측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규제나 경제 조치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외교안보 논리가 더 중시되는 WTO 제소에만 주력하기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우 이번에 통상 90일 소요되는 일본 기업의 한국 수출 품목 심사를 강화하는 절차지연 방식 카드를 내걸었는데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상응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홍 부총리는 상응조치에 앞서 관련 업체들과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경제가 상호 의존 관계에 있어 상응조치에 나설 경우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해당 관련 기업과 소통하면서 조율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피해의 최소화라든가 일본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해서 대응책을 강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발표 이후 산업부로 창구를 일원화, 가급적 정치적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아베 신조 총리 등 최고위급이 전면에 나서 한국을 압박하고 국내에서 무대책 소극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날 여권 전체가 일제히 강경대응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 문제가 보복이 다시 보복을 낳고 또 보복을 낳는다면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둘 다 불행한 피해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민주당도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매년 1조원 집중 투자는 물론 소재부품장비특별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다. 7월 중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민간투자도 적기에 착공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번 추경 예산에서부터 반영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가능성을 연초부터 점검해왔다고 강조하면서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언급한 일본의 규제 리스트 추가 품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본이 만약 경제 보복을 한다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 수밖에 없고 그 것은 저희 리스트에 다 나와 있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당연히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가 예상되는 품목이 '플라스틱 필름, 광학 부품'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관련 내용들을 파악(미리 예상)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