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이어 "文정권은 신독재"
"文정권, 신독재에 부합…절대권력 완성 위해 민주주의 악용"
3월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강력 항의했던 與...이번엔 무대응
2019-07-04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베네수엘라의 4선 대통령이었던 우고 차베스의 독재에 빗댄 '신독재 시대'라고 규정했다. 지난 3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외신을 인용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나 원내대표가 넉달 뒤 두 번째 연설에서 또다시 외신을 인용해 공격한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지난 문재인 정권 2년은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 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며 "정권을 비판하면 독재, 기득권,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가 독재 수단으로 오용되고, 독재자가 선거를 악용해 득세한 사례가 많다"며 "문재인 정권 역시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입법부 장악을 위해 선거법 및 사법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강행하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현 정부는 야당의 경고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5월 말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하며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신독재의 4가지 단계가 있다"며 △위기 시에 집권 △적 색출 △언론·사법 등 권력기관 장악 △선거제도 바꿔 장기집권이라고 설명하며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날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북특사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한국당도 적극 임하겠다"며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조건으로 협조 의사를 밝혔다. 또 "북한 주민도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평화일 것"이라며 수시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일 외교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대일외교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감정외교, 갈등외교로 한일관계를 파탄냈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다차원, 다채널 외교 측면에서 즉각 긴급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연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을 비판한 것을 언급, 노조와 관련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거대노조 역시 대기업 못지않은 막강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위한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밖에 노동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노동자유계약법'과 주52시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할권리보장법', 주휴수당 부작용을 막기 위한 '쪼개기알바방지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한다"며 "한국당이 기업가 정신 르네상스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겨냥한 발언이다.
한편, 이날 나 원내대표의 신독재 발언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 몇몇은 헛기침을 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는 앞서 3월 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자 강력 항의하며 연설이 20여분간 지연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