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한국청년들은 "해외로!!" 일본은 "해외로??"

2020-07-04     송병형 기자
원동인
일본 청년들의 ‘국내 지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나간 일본인 유학생은 5만4700여 명으로, 2004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장학기금 ‘도약하자 유학 저팬’을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청년들이 해외여행을 꺼리면서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한 젊은이들의 국제감각이 떨어지고 이들의 시각이 좁은 일본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각종 대책도 나왔다. 일본 관광청과 관련 단체들은 올해 초 ‘젊은층의 아웃바운드(해외 관광) 추진 실행회의’를 설립하고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 해외여행 보내기 대책 마련 회의를 가졌다. 그렇게 나온 게 ‘20세 첫 해외체험 프로젝트’로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20세 남녀 200명을 선발해 아시아 국가들에 공짜 여행을 보내는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개별 활동을 할 때 드는 비용만 부담하고 문화·스포츠 교류, 사회공헌, 자원봉사 등 현지에서 일본을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된다. 반면 한국 청년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한다. 해외 유학을 원하는 사람 비율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것은 물론 해외 취업도 선호한다.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지향은 의욕 있는 청년들이 많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적극적이고 영어 잘하는 한국 청년들은 일본 기업에서 대환영을 받는다. 일본인이 기피하는 해외 지사 근무에 손을 번쩍번쩍 들어 인사 담당자들을 기쁘게 한다. 일본 청년들은 흔히 ‘사토리(달관) 세대’라 불리는 세대적 특성이 있다.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기에 태어나 성장기간 내내 ‘잃어버린 20년’을 목격하면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버렸다. 집이나 차에 욕심이 없고 연애나 결혼도 멀리한 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국내에 있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는 인식, 해외 학위를 그리 높이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고도성장과 대량소비 사회에 대한 반동도 작용한 듯싶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실업대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지향에는 ‘헬조선’이란 표현에서 보듯 더 나은 세계로의 탈출 욕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국의 청년들은 등 떠밀지 않아도 필사적으로 해외로 향한다. 이런 활기찬 에너지가 남아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에게는 일본 청년들처럼 온천처럼 편안한 환경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만성적인 취업난을 타개한다며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막상 해외에 나가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게 되거나 다시 돌아와도 자리가 없는 현실이 우려스럽고 서글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