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자민당, 선거 정책집에 ‘과거사 재발방지 조치’ 명시
2020-07-07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펴낸 종합정책집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명시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아베 신조 자민당 내각이 문재인 정부를 확실히 굴복시키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7일 본지가 자민당의 '종합정책집 2019 J파일' 전문을 확인한 결과, 자민당은 종합정책집 외교·안전보장 분야 정책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와 '북한의 납치·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다음으로 우선순위를 둬 한국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자민당은 '전략적 대외발신 및 영토·주권·역사에 관한 작업 강화'라는 제목의 447번 항목에서 "이른바 위안부 문제나 조선반도출신 노동자문제, 난징사건 등에 관한 역사인식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등에 의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에는 단호히 반박하겠다"고 했다. 특히 자민당은 "과거 역사나 우리 국가 고유의 영토 주권에 관한 국제법·합의 위반,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끊임없이 검토하며 의연히 대처해나가겠다"고 했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현상변경 시도를 무산시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강경 대응 방침은 자민당이 2010년부터 공개해온 선거 공약집에서 처음 나온 것이라 더 주목된다. 자민당은 2016년 참의원 선거와 2017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각 펴낸 J파일에서는 "위안부 문제나 전후보상에 관한 재판 등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부당한 주장으로 우리 명예가 현저히 훼손되고 있어 비난에 단호히 대처하는 등 일본 명예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 대외발신을 강화하겠다"는 수준에서 한국에 대한 외교정책 방침을 정했다. 독도 등 영토 갈등과 관련해서도 영토 조기 반환을 위해 정상 수준의 교섭을 활성화한다거나 국내 홍보 강화, 교과서 기술 확충 정도의 대처만 거론했다. 2013년과 2014년 공약집에서도 '영토주권 대책기획조정실'과 영토와 과거사 문제를 조사·연구하는 제3자 기관을 신설했다며 '불법 점령한 독도 등 문제는 교섭을 재활성화해 우리 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거나 '신기관 연구를 활용해 적확한 반론·반증을 하겠다'는 정도만 언급해왔다.
자민당이 이번 정책집에서 언급하고 있는 '국제법·합의 위반'이나 '현상변경 시도'는 우리 정부의 2017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및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요구,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공들의 개인 청구권 판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4차례 저공위협 비행은 일본 집권당의 수정 전략인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조치'의 군사적 측면으로 파악된다. 일본 정부의 이번 유례없는 '한국 수출 품목 규제 강화' 조치도 이의 연장선으로 풀이돼 우리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