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신세계 이마트, 노조 탄압 논란

7년만에 결성된 노조 집행부, 지방 발령·해고 처리해

2013-11-09     성현 기자

[매일일보 성현 기자] 신세계 이마트가 노조 설립을 추진한 직원들을 비연고지로 발령하는 것은 물론, 해고 처리까지 해 논란이다. 이마트 측은 노조 설립과 무관한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민주노총은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에 따르면 이마트 노조위원장 전수찬 씨와 김모 사무국장 내정자는 지난 7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이마트 성수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졌다. 앞선 6일 인천 동인천점 시위에 이어 이틀째다.이마트 노조는 이들은 ‘드디어 이마트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라는 문장 적힌 피켓을 들고 초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노조 설립 사실을 알렸다.

7년만에 생긴 이마트 노조

지난 1993년 11월 대형마트로서는 국내 최초로 서울 창동 이마트를 오픈, 현재 업계 1위에 올라있는 이마트는 그 명성에 걸맞게 직원 수도 1만5727명(6월 말 기준)에 달한다.하지만 그동안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변변한 노조는 하나도 없었다. 비정규직인 계약직 직원도 전체 임직원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19명에 불과해 그만큼 장기근무자가 많았음에도.지난 2005년 이마트 수지점에서 노조 설립이 이뤄졌지만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리면서 사실상 사라졌었다.이날 시위에 나선 노조 집행부들도 노조 설립 이후 사측으로부터 인사 조치를 당했다.이들은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에 ‘이마트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 29일 정식으로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이 발부받았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신세계에 7년 만에 생긴 노조였다.전 위원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 사측은 인사제도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PM이란 직책을 AM으로 불리는 직책과 통폐합시켰는데 전체적으로 보니 직원들의 임금이 저하됐다”며 “하지만 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할 노조가 없다보니 뭐라 항의하는 이가 하나도 없어 지난 5월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하지만 이들의 설립 신청이 있기 며칠 전인 지난달 19일 사측은 동인천점에서만 13년을 근무한 전 위원장을 동광주점으로 전보시켰다.전 위원장을 승진 발령시키는 형식이었고 ‘동광주점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극찬도 덧붙였다. 연고지가 없는 전 위원장을 위해 사택까지 제공했다.

서비스연맹 “사측, 노조 간부 미행”

그러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은 사측의 명백한 노조 탄압으로 규정했다.서비스연맹은 “이마트는 노동조합 결성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미행을 진행했고 함께 준비모임을 진행하던 1인을 회유해 전반적인 계획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전 위원장도 <매일일보>에 “타 지역 전보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고 사측은 지역간 인사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말단 사원이던 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특히 전 위원장은 전보 이틀만에 상사에게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전 위원장은 “인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메일을 지점 직원들에게 돌렸다는 이유로 지점장실로 호출됐는데 지점장은 나를 벽으로 밀치는 것은 물론 화분까지 던지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이어 “노조 설립을 추진한 이후 미행을 당하는 느낌이 들어 항상 녹음기를 켜고 다니는데 당시 소리도 모두 녹음돼 있다”고 말했다. 감금도 1시간동안 당했다고현재 전 위원장은 지점장을 폭행죄로 고발했으며, 사측도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맞고소한 상황이다.김 내정자의 경우에는 가장 중한 징계인 해고 처분이 내려졌다. 시점은 설립 신청 이틀 전인 지난달 23일. 사유는 협력업체로부터 사오는 고기를 제가격 보다 많이 받았다는 것이었다.노조는 징계가 과도하다고 보고 해고 직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사측 “정상적인 인사 조치, 탄압 아냐”

이와 관련, 서비스연맹은 “노조 설립이 공식화 된 이후에도, 이마트는 전사원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고, 조합원 가입이 우려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라는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며 “이마트 본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부당노동행위 근절 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회사 측의 공식적인 답변은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규탄했다.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전 위원장에 대한 전보는 순환 보직의 일환으로 일반적인 사례며 롯데마트나 홈플러스도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또 폭행 피해를 주장하는데 지점장실은 (방이 아닌) 다른 직원과 같이 쓰는 사무실에 파티션으로만 구분된 곳이라 폭행이 일어날만한 장소도 아니며 폭행 자체도 없었다”고 반박했다.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9월 말에서 지난달 초 협력업체로부터 직접 제보가 들어왔고 징계위 회부 이후 김 내정자는 신고자에게 징계 축소를 청원하는 탄원서를 사측에 내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한편, 이마트 사측은 2005년 노조를 설립한 직원 3명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피해를 입었다”며 1억24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