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출발부터 ‘삐그덕’
프라이드 디젤승용차 환경부 배출인증서 지연
출시시기 지연돼 고객 피해 불가피
기아자동차가 디젤 승용차 프라이드의 출고 지연으로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환경부가 디젤 프라이드의 배출가스 인증서를 내주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이란 환경부가 새로 출시될 차의 오염물질 배출 정도 등을 포함한 환경성 문제를 종합 검토하는 것을 뜻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 인증을 받은 뒤에야 신차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모델을 계약한 1천명에 육박하는 고객들이 차를 인수받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기아가 판매 차질 등과 같은 피해를 입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부품업체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이 가중돼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규모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디젤승용차는 기아의 경우 디젤 프라이드 외에도 5월말 쎄라토, 현대차가 5월중 아반떼XD와 8월경 베르나 후속모델, 르노삼성이 10월경 SM3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서 발급 지연 문제가 불거지자 업체들은 이 불똥이 자사로 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디젤 승용차에 대한 국내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당초 기아는 지난달 7일 신형 가솔린 프라이드를 출고한데 이어 지난달 말 디젤 프라이드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 모델은 국내 판매가 허용되는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3’보다 훨씬 더 엄격한 환경기준인 ‘유로4’를 충족시켰다.
디젤 프라이드는 그만큼 기아가 심혈을 기울인 차량이다.
기아는 출고 시기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7월 환경부에 배출가스 기본인증을 신청해 지난 3월 중순 인증시험을 마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아는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서가 4월 중순에는 나올 것이라고 판단, 3월말부터 디젤 프라이드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4월 중순부터 생산에 들어가 4월말 출고하려던 계획은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서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환경부가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의식해 배출가스 인증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디젤 프라이드가 최초의 국내 판매용 국산 디젤승용차인데다 판매허용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시켰음을 지적하며 환경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의 디젤승용차 판매 시기와 환경기준이 마련된 것은 지난 2003년 2월. 당시 정부, 학계, 환경단체로 구성된 ‘경유차 환경위원회’는 2005년에는 유로3와 유로4를 충족하는 디젤승용차 판매를 허용하되 2006년부터는 유로4 기준 차량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디젤승용차 판매로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대해 에너지 관련 세법을 고쳐 경유 값을 올해 7월1일에는 휘발유 값의 75%로, 2007년 7월1일까지 85%로 올려 디젤차의 과도한 판매 증가를 막는다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자 최근 환경단체들이 디젤승용차 판매시기 연기를 환경부에 요구했다.
자동차업계는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환경부가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인증서 발급을 미루는 것이 분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또 수입 디젤승용차에 대해서는 인증을 내줬다는 점을 들어 환경부가 국내 자동차업체를 역차별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수입차 디젤모델의 배출가스 인증서가 나간 상태에서 환경부가 국산 디젤차에 대해서만 인증서 발급을 늦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에 대한 인증서 발급업무를 맡고 있는 국립환경연구원은 수입 디젤승용차인 ‘푸조 407HDi’ 수동모델과 아우디 A6 3.0TDI 등에 대해서 배출가스 인증서를 지난 3월 이미 발급했다.
이러한 자동차업계의 반발에 대해 환경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증절차가 한달 정도 걸리는 외제차와 달리 국산차는 오염물질 배출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8만㎞의 주행측정 등을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인증에 8~9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디젤 프라이드에 대한 인증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에너지 상대가격 재편과 관련해 환경부는 “2003년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증서 발급 지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 세제개편 문제 때문인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기아는 “생산 차질로 기아차와 관련 부품업체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기본 인증서를 발급해 달라”고 환경부에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이희범 산자부장관도 내수경기 회복은 물론 부품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경유승용차 출시가 시급하다는 보고 최근 곽결호 환경부장관을 만나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인증을 조기에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듯 디젤 프라이드의 인증서 발급 문제가 논란을 빚자 곽 환경부장관은 최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프라이드 디젤모델의 인증서 발급이 내부적인 검토의 필요성 때문에 늦어지고 있으며 이 절차가 끝나면 인증서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경유값을 7월1일까지 휘발유값의 75%로 올리는 문제와 관련해 곽 장관은 “에너지 가격 비율 조정은 합의한 대로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는 기아차가 최근 촉매장치 등 일부 변경사항을 요구해 인증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실제 발급은 자칫하면 6월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환경부가 만만한 국내 업체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만큼 디젤승용차 배기가스 인증서 발급 지연으로 국내업체들이 볼 막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