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되면 차례로 선수입장 “옷 벗을래, 돌림빵 당할래”
<비디오방 집단 성폭행 사건 풀스토리> 남고생 4명, 채팅서 만난 여고생 2명 감금∙성폭행 덜미
2010-03-27 류세나 기자
범행 후 잠적 위해 휴대전화 번호까지 변경
부모 슬하서 유복하게 자란 ‘왕자님’들 소행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청소년 범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범행수법도 점차 대담하고 흉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드러난 여학생 알몸 폭행사건, 여자친구 살해 암매장 사건 등은 성인범죄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며칠 전엔 서울 신림동의 한 비디오방에서 집단 감금∙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안양경찰서는 지난 22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을 비디오방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박모(17)군과 이모(17)군, 장모(17)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감금혐의로 이모군의 친구 정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특히 이 사건의 피의자들은 ‘결손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사회인식과 달리 모두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배가시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 등 남고생 3명은 지난 15일 저녁 8시께 서울 신림9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 비디오방에서 채팅으로 알게 된 한모(16)양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같은 시각, 같은 비디오방의 또 다른 방에선 남학생들과 초등학교 친구사이인 정군이 한양의 친구 서모(16)양을 성폭행하려다 실패, 휴대폰을 뺏고 약 15분간 감금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초등학교 동창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 남학생들은 성폭행을 할 목적으로 여학생들을 비디오방으로 유인했으며, 범행과정에서 미리 준비해 둔 콘돔까지 잊지 않고(?) 이용하는 등 침착함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의자들은 비디오방 주인 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한 명이 방 안에서 여학생을 성폭행을 하고 있는 동안 다른 두 명은 방 밖에서 망을 봤으며, 범행 후 휴대전화의 번호까지 변경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남녀 짝지어서 단둘이 영화보자”
사건은 모처럼 따뜻한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오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료한 주말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놀잇감을 찾던 한모양은 친구라도 사귈 요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평소 자주 이용하던 B메신저 내 채팅서버에 접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양은 이날 오후 채팅을 통해 ‘재정’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살 위의 피의자 박모군을 알게 돼 당일 친구들과 함께 만날 것을 약속했다. 게다가 서울 신림동에 산다는 ‘오빠’들은 한양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양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친히 모시러 와주겠다는 솔깃한 제안까지 해왔다. 물론 이 둘은 이전까지 아무런 교류가 없던 생판 ‘남’이었다. 오후 6시경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약속장소로 나간 한양은 박군을 포함한 8명의 남학생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동안 남학생 4명과 한양의 친구 1명은 먼저 귀가해 한양과 서양, 그리고 박군을 포함한 4명의 남학생만이 남게 됐다는 게 경찰에서 밝힌 이들의 진술.이 때, 남학생 중 한명이 미끼를 던졌다. 비디오방으로 영화를 보러가자는 것. 단순히 비디오방을 가자고 했으면 결과가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미끼는 ‘여학생이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골라 단 둘이’ 영화를 보자는 것이었다. 떨거지는 솎아내고 호감 가는 ‘오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는 여학생들에게도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 같은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인 한양 등은 남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꽉 잡고’ 있다는 신림동으로 따라갔다.불 꺼지면 각자 위치로…작전개시!!
한양 등은 이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지만 내심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불안’의 원인은 남학생이 아닌 비디오방에 있었다. 현행법상 비디오방은 청소년유해업소로 분류돼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해져있기 때문에 단 둘이 영화를 보기는 커녕 입구에서 바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기우였다. 비디오방 아르바이트생은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 등을 요구하지 않고, “방이 모두 꽉 찼으니 영화를 보려면 손님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이야기만 전했다. 이에 한양 등 6명은 빈방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오락실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됐다. 오락실 내에서 한양 일행과 흩어져 있던 때 남학생 중 한 명인 이모군이 “비디오방에 들어가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영화가 시작되면 한양 등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한 것. 놀란 기색을 보이던 나머지 남학생들도 이내 곧 이군의 의견에 동조, ‘삐뚤어진’ 계획을 세우는데 가세했다. 경찰조사결과 남학생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어갔던 오락실에서 정모군을 선택한 체구가 작은 서양은 정모군 혼자, 키가 큰 편이었던 한양은 나머지 3명의 남학생이 겁탈하는 내용의 작전을 짰던 것으로 밝혀졌다.옷 챙겨 입을 새도 없이 한 명, 두 명…
이 같은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순순히 비디오방으로 따라갔던 여학생들은 결국 이들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 한양은 경찰에서 “비디오방에 들어가서 둘이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옷을 벗기려했다”며 “반항하자 금세라도 때릴 것처럼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또 “‘아까 낮에 함께 만났던 7명의 친구들이 지금 밖에 있다. 좋은 말로 할 때 옷을 벗지 않으면 걔네들까지 불러들여 강간하겠다’고 협박해 너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당 남학생이 방에서 나간 후 한양이 옷을 챙겨 입을 새도 없이 서양과 함께 있던 정군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남학생이 차례로 돌아가며 한양이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문 밖에서 아르바이트생의 동태를 살피는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같은 시각 또 다른 방에서 정군 역시 서양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한양과 채팅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은 박군의 휴대전화번호를 토대로 조사에 착수해 지난 22일 검거에 성공,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조사결과 박군은 범행 이틀 뒤인 같은 달 17일 한양 등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두려워 전화번호까지 변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4명의 피의자들은 모두 부모슬하에서 자란 청소년들로 청소년범죄가 결코 결손가정에서만 국한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씁쓸함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생리주기, 피임법 등만을 알려주는 데서 벗어나 성관계에 따른 의무와 책임감 등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하지 않겠냐”며 성교육의 현실화가 시급함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