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울 도심 저지대 물난리

2019-07-16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장
백용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매년 장마철만 되면 가슴을 조아리고 물 피해가 없도록 기다릴 뿐이다. 장마전선의 북상은 우리에게 큰 위협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오기에 제격이다.

서울의 강남은 국내에서 땅 값이 높기로 유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강남공화국에 살기를 원한다. 최근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강남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가 기억에 남는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것 또한 7월이었다.

2011년 7월 26일, 강남에 있는 우면산에 토석류가 발생해 10여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인명피해가 속출했으며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동영상은 해외토픽에서나 나올법한 그림이었다. 토석류가 발생해 차량과 건물을 덮치는 영상이 매번 반복돼 국민들이 매우 불안감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강남에 내린 일강우량은 300mm를 넘는 기록적인 강우였다. 장마전선을 동반한 강우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가히 엄청났다. 이로 인해 강남은 물바다로 변했고 차량 및 지하시설물의 침수로 인해 물적피해도 수백억에 달했다. 역사 속에서는 어떠했을까? 아주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강남 중심에는 선정릉이 있으며 대부분 지하철 역사인 선정릉역을 기억에 떠올릴 것이다. 선정릉은 조선 9대 임금인 성종과 정현왕후, 아들인 중종의 왕릉이 있는 곳이다. 이들 왕릉을 선정릉 또는 세분을 모셔서 삼릉이라고 한다. 왜 중종의 비는 여기에 없을까? 사실은 이렇다. 중종은 왕비가 3명이나 됐다. 그러나 죽어서는 어느 왕비도 같이 자리를 못하는 비운의 임금이 됐다. 역사적 사실로 세 번째 왕비였던 명종의 생모인 제 2계비 문정왕후 때문이다. 중종이 승하하고 문정왕후가 현재의 위치로 중종을 모시고 자신이 중종의 옆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 정릉의 위치가 지대가 낮고 자주 침수가 돼 홍살문 앞까지 물에 잠겨 결국은 중종의 옆에 묻히지 못하게 됐다. 결국 문정왕후는 태릉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선정릉의 홍살문 앞에 도로가 있고 과거의 흔적이 없이 사라졌지만 예전 침수지역을 알려주듯 주변보다는 지대가 낮은 것은 알 수 있다. 이렇듯 강남 지대는 역사에서 보듯이 낮은 구릉지대와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에 의해 낮은 지형으로 형성돼 있으며 침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다가올 장마전선의 북상과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서울시는 지하도시 개발을 위하여 많은 국가 건설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일례로 영동대로 지하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B, C 노선 설계, 국가 사회기반시설(SOC) 산업의 일환으로 복선전철 사업 등 많은 공사가 계획되고 있다. 모든 중심이 강남을 통하게 돼 있고 첨단기술과 걸맞게 계획, 설계돼 시공될 것으로 믿고 싶다. 국내 건설기술력은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유라시아 해저터널 시공이나 서해대교 해상교량은 국내 기술로 이뤄낸 쾌거이며 세계적 건설기술의 리더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재난 대응과 감지능력은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국내 건설을 설계하거나 개념을 수립할 때 재난에 대한 투자와 대책마련은 항상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해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모든 설계와 시공은 인간의 편의와 안전을 대비한 개념에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의 융복합 연구의 일환으로 건설분야에서도 첨단 정보기술(IT)과 더불어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침수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이용 침수센서 및 시뮬레이션 기법이 개발됐다. 국내의 우수한 소재기술, IT와 건설기술이 접목한다면 새로운 건설시장 개척에 용이할 것이다. 건설분야의 기술자도 재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보급으로 재해저감 일등 선구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