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다시 돌아왔다”
동원지주 사외이사로 ‘6년만에 컴백 “금융가 술렁”
한투노조, 1200%‘합병 위로금’요구
지주측 “노조요구 추가인수 비용 불가입장”
최근 증권업계에서 동원금융지주의 인사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동원금융지주는 장승우 고문을 회장 내정한데 이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동원금융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김 전 행장은 지난 1997년 6월부터 1998년 8월까지 동원증권 사장으로 재직한 뒤 주택은행장과 국민은행장을 역임한 거물급 금융인으로 친정에 돌아온 셈이다. 김 전 행장의 복귀 뿐 아니라 이영혜씨의 사외이사 선임도 눈길을 끈다.
이 씨는 현재 디자인·인테리어 전문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발행하는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대표로 디자인계의 거물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31일 동원금융지주의 자회사 한투증권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과 정인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동원지주측은 이같은 인사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동원지주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분들을 이사로 모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등의 전략적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금융부문의 ‘문외한’들을 대거 영입, 김남구 현 동원금융지주 사장 겸 한투증권 부회장의 영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은 금융을 아는 사람이 감시도, 경영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해당사는 신선한 실험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경영감시인데, 금융을 전혀 모르는 요식업, 디자인업계 분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나”고 반문했다.
김 전 행장의 사외이사로서의 견제 역할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1997~1998년 김 전 행장이 동원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현 김남구 사장이 상무로 재직하며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는 또 장승우 현 동원지주 고문의 동원지주 회장 내정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가 예일대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옛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통계청장을 역임한 경제통이지만 금융실무 경험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비해 김남구 사장은 지난달 6일 새로 만들어진 한투증권 부회장직까지 맡는 등 발빠르게 지주 산하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김 사장의 실질적 지휘아래 오는 6월 출범하는 동원-한투증권의 합병사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단 동원지주측은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업계 정상권인 동원증권과 자산관리(AM) 부문에서 업계 수위인 한투증권의 합병으로 최대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지주 관계자는 “통합증권사의 단기적 경영전략은 지금 수립 중이며 중기적 목표로 시가총액 20조원, 자기자본이익률 20%를 달성하는 ‘20-20’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대체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의 합병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금융업이 자산관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고려한다면 5천억원 정도로 한투증권을 인수한 것은 결코 비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이같은 평가가 시장에서도 반영돼 동원금융지주 주가는 올들어 크게 오른 상태다.
다만, 조직 갈등으로 화학적 결합이 늦춰질 경우 단기적으로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을 거치지 않는다면 합병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두 증권사의 조직적 융합이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통합후에도 상당기간 영업상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 쉽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투증권 노조는 동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새 대주주인 동원금융지주측에 12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1200%의‘합병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동원금융지주측은 노조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480억원(기본급 기준)이상의 추가 인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며 불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투증권 노조는 또 동원증권을 비롯 증권업계 평균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이번 합병을 계기로 9.6%에 달하는 임금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한투증권 노조는 새 대주주인 동원금융지주측에 독립경영보장 및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당초 속리산에서 파업을 시작했으나 21일에는 본점 진입을 시도, 사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박철표 한투 노조위원장은 “동원지주측이 수차례 밝혔듯이 한투를 인수한 것은 우수한 인력때문이라면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적정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한투의 부실은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라 대우사태 등 경제위기속에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쌓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씨티은행에 인수된 한미은행 노조를 비롯해 최근 스탠더드 차터드은행에 팔린 제일은행 노조 등이 합병위로금을 요구, 월급의 200~400%를 받은 바 있다. 한미은행 노조는 합병위로금 때문에 파업명분에 상처를 입었으나 이번 한투증권 노조의 요구는 더욱 명분이 궁색하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한미은행의 경우 우량은행으로서 씨티은행에 인수되는 입장이었지만 씨티은행에 36개월 월급치 특별보너스와 4개월분 합병위로금을 요구, 비난을 받은 끝에 4개월치 합병위로금만 받는데 그쳤다. 당시 인수자였던 씨티은행측은 “한미은행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긴 칼라일에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인수하는 우리가 합병위로금을 줘야하느냐”고 반문했었다.
제일은행 노조는 기존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탈에 요구해 100%의 특별보너스를 받아냈으며 SCB로부터는 200%의 합병위로금을 받아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존 대주주가 부실기업을 인수,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회사를 매각할 경우 회사 정상화의 한 축을 맡아온 직원들에게도 적정한 보상을 해달라는 논리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이익을 낼 지 손해를 볼 지 확실치 않은 부실 금융회사를 대규모 자금을 들여가며 인수하는 새 대주주에게 합병위로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박철표 한투증권 노조 위원장은 새 대주주인 동원금융지주측에 합병위로금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동원금융지주의 주가는 한투와의 합병을 앞두고 100% 이상 올랐으니 이미 이득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지주측은 “공적자금 투입 부실금융회사를 인수하면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대신 앞으로 경영성과가 개선되면 그에 대한 보상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투 노조는 더욱이 하나은행에 팔려갈 예정인 대투증권과의 임금 격차를 내세워 대투증권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9.6%의 인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노조 스스로 파업의 명분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한투는 공적자금 투입이후 4년동안 임금이 동결된 반면 같은 공적자금 투입 증권사인 대투증권은 임금이 올랐다며 이를 보전해달라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