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영어의 몸 되지 않았다면 정두언 만나려했는데"
직접 조문 검토했으나 보석조건에 막혀 불발
2020-07-17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고(故)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빈소에 고인과 애증관계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만나려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을 통해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정 전 의원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건부 보석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병원에 가는 것 외에 다른 곳에는 출입과 통신이 제한돼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다면 (고인을) 만나려고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강훈 변호사를 통해 제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평소에 정 전 의원을 한번 만나 뵙자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아침 변호사와 조문에 대해 상의를 했다. 보석조건이 까다로워 조문을 하려면 재판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또 며칠 걸려서 못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서 주거지를 제한하고 변호인과 직계 혈족 이외에는 접견과 통신을 금지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저를 비롯해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정 전 의원과 평소 좋았던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우리와 가까웠던 점, 우리와 함께 일했던 점, 서로 힘을 모아 대선을 치렀던 점, 그런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며 “전화한 지가 일주일 정도 된 거 같은데 우리끼리는 전화하고 그랬다.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MB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었지만, 정권 초기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권력 남용 등을 폭로하며 소신행동을 해 이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기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폭로하며 MB 저격수로 불렸다.
한편 이날 정 전 의원의 사인을 조사했던 경찰은 “타살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족의 뜻을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