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2000여년 지중해 문명의 감성

2020-07-18     송병형 기자
글로리아
지중해 문명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유럽인의 감성과 정서의 본질은 무엇일까. 유럽은 한국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여행지로 통하지만 단발성 여행으로 현지의 감성을 고스란히 체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럴 때 예술의 힘이 발휘된다. 지중해 감성의 본질을 담은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유럽인의 감성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수도원을 작업실로 쓰는 스페인 작가 글로리아 뮤노즈(Gloria Munoz)의 작품이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에서 출생한 글로리아 뮤노즈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스페인은 물론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으로의 활동 영역이 넓고, 바젤, 아르코 아트페어 등 세계적인 미술시장에서도 빠지지 않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국제적인 작가이다. 92년부터 산트 수도원을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있다. 산트 수도원은 아구스티니아 수녀들의 고향이다. 그래선지 뮤노즈의 작품에는 신성한 분위기가 감돈다. 수도원의 신성함이 작가의 의식과 영감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뮤노즈의 작품에는 석고가 벗겨진 세월이 흔적이 묻어있는 벽들, 버려진 제단들, 남아있던 오래된 유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땅과 하늘의 빛깔인 오크레(ochre)색과 푸른색이 주를 이루며 신성한 분위기는 더욱 깊어진다. 그 신성함 위에 그리스와 폼페이, 모로코 등 작가가 돌아본 지중해 문명이 녹아들었다. 작가는 경외심과 열정을 가지고 지중해 문명의 신비로움을 대했다. 부드러운 느낌의 회화에는 다양한 색채의 변조와 미묘한 음영들이 구성되어 다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라져버린 역사의 침묵, 그리고 추억의 상징들이 예술세계에 반영돼 있다. 지중해 문명에 뿌리를 둔 유럽의 전통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작가는 또 황금빛과 고고학의 상징 '양피지'라는 소재를 통해 유럽 문명의 변하지 않는 본질과 영원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문명 탐구에 나서도록 유도한다. 뮤노즈의 작품은 그래서 문명에 대한 추억과 회상에 관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뮤노즈의 작품을 통해 유럽 문명과 교감하다보면 2000여년 지중해 문명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 받게 한다. 특별한 경험이다.  *글로리아 뮤노즈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단독전시와 함께 국제박람회 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1985년 이래로 바르셀로나 대학 미술학부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으며, 1990년 '쿰 라우데'(Cum Rude)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포위된 현실'이라는 이름의 박사팀의 일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박사회의 '자연의충돌'이나 '자연적인 현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뮤노즈는 현재 바르셀로나와 페렐라다에 머물고 있으며 바르셀로나 대학의 미술학 석사과정인 '나투라 비전'(Vision de la natura)에서 '자연에 대한 비전, 추상적 현실'과 '철저한 자연' 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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