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일본, 문재인 정권 바꿔보겠다는 것"
"일 보수진영서 '文정부는 혁신정권' 반미친중 프레임 씌워"
2019-07-21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배경으로 "일본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 정부를 이대로 둬선 안 되고 바꿔야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권여당 지도부의 최근 발언과 유사한 맥락으로, 정부여당에서 이 같은 상황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지난 18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그들(일본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부를 '혁신 정권'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혁신 정당'이란 사회당과 공산당을 의미한다"며 "(일본 정권이)문재인 정부에 친북·친중, 반미·반일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에 대해 "그 저변에 깔린 것은 ‘일본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 정부를 이대로 둬선 안 되고 바꿔야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는 내정간섭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미일 중심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검토 입장만 밝히니까,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압박한다"며 "정치적으로 사실상 경제제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최근 일본의 보수성향 매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인식이 일본)보수 정당에서 등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며 "아베 신조 총리 입장에서는 문 정부를 갈아야만 한일 관계가 잘 된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일 외교 경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본질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의 국제·국내법적 효력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에 있다고 봤다. 문 특보는 "피해자 중심주의(한국)와 국가 중심주의(일본)의 차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문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게 이번 일본 수출 규제의 본질이라는 진단은 여당 지도부의 최근 발언과도 일맥 상통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본 아사이 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문 정권이 계속되는 한 규제는 계속한다는 이야기"라며 "처음에는 강제징용을 이야기하다 북한 밀반출 이야기가 나오고, 전략물자에 이제 문재인 정권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결국에는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야 된다는 뜻으로 읽혀진다"며 반드시 이번 사태를 넘겨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