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美 볼턴 한일 연쇄방문 ‘2차 대미 외교전’ 펼쳐진다

스틸웰 한일 순방 당시 ‘한일 해결 지원’ 원론적 입장 그쳐 볼턴 맞아 韓 ‘GSOMIA 파기’ 강공 가능성 효과는 미지수

2019-07-21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이 21일 취임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연쇄 순방길에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함께 한일 무역분쟁이 함께 다뤄질 전망이라 볼턴 보좌관을 설득하기 위한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둘러싼 1차전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GSOMIA 파기’ 카드 꺼낼 수도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한국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정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미루어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을 전망이다. 우리 측에서는 한일 간 적극적 중재 요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한한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 방문 당시 한일 분쟁에 관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립서비스’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외교 실무자인 스틸웰 차관보와는 위상이 다른 인물이다. 한국으로서는 볼턴 보좌관 설득이 중요한 만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SOMIA는 한미일 간 대북 공조를 위해 미국이 주도해서 성사시켰다. GSOMIA 파기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지만 동시에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GSOMIA 파기 카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의해 GSOMIA 파기 카드가 불거진 다음날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외교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다. (법적 절차 등을 통한) 중재분쟁 해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악감정만 쌓인다”며 GSOMIA 파기 카드가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또 “이 협정을 통해 일본과 교환하는 정보를 객관적 관점에서 질적·양적으로 살펴볼 것이며 이 협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 보겠다”며 “이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국의 3자 중재안 거부에 대해 추가 보복을 시사하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직전까지 청와대는 GSOMIA 파기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취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고노 담화를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자위대 파병 아쉬운 美 적극 중재 난망 이처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끌어내기 위해 GSOMIA 파기 카드까지 꺼내들 것으로 보이지만 미일 동맹의 성격상 우리 측 요구가 관철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미일 동맹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도태평양전략을 고리로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전략은 2006년 아베 총리가 취임 직전 제안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대신해 아베 총리가 제안한 이 전략을 채택, 취임 초인 2017년 아시아 순방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후 미국은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재편했고, 지난달 1일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까지 발표해 이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도태평양전략을 고리로 한 미일 간 동맹이 강화되는 데 더해서 미국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파병 문제로 일본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이 일본을 찾는 것도 해상자위대의 파병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게 있어 일본은 영국을 포함해 실질적 해상 전력을 제공할 몇 되지 않는 동맹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란과의 관계 및 법적 제한을 이유로 파병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연합 참여는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자위대를 파병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으로선 일본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볼턴 보좌관이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한일 간 중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