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최태원’
참여연대, “분식회계 관련 무상기부 약속 지켜라”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경영은 안 돼
분식회계 관련 약속 파기할 경우 도덕적 비난 받아야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분식회계 문제 아직 형 확정되지 않아
이번 사면복권대상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 배제할 수는 없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다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참여연대가 최 회장에게 워커힐 주식 등을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 분식회계와 관련해 무상기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최 회장은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SK계열사 지분 가운데 워커힐 지분 40.8%(3백25만주)와 벤처기업 3곳의 지분 등 비상장 주식 일부를 무상 기부 형태로 SK글로벌에 출연키로 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의 가치는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정부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과거 불법대선자금 제공과 분식회계사건에 대한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추진키로 한 것도 최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분식회계 문제로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면복권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사면복권을 추진하면서 정치인을 제외한 것은 아직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관련 참여연대도 석가탄신일을 맞아 청와대가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여 사법처리를 받은 기업인 40여명에 대해 특별사면, 복권조치를 단행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왔다.
특히 불법정치자금제공 기업인들은 검찰의 수사 및 기소과정에서부터 법원의 형량결정과정에까지 편의와 선처를 누렸다고 밝히고 수사단계에서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불법자금을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양형에 있어서도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사회통합의 명분도 없는 이번 사면복권 시도는 “청와대가 재벌그룹 임원에게 호의를 베풀어 그들의 환심을 사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중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인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위로해주려는 행위일 뿐이라”며 “불법정치자금제공으로 처벌받은 정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사회통합은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명분도 없다는 점에서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같은 사회적 논란이 계속될 경우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지난 달 20일 검찰은 SK 부당내부 거래 및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항소심에서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 대해 징역 6년을, 손길승 전 전경련 회장 겸 SK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787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최 회장은 SK글로벌의 채무를 줄여 1조5천여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하고 워커힐호텔과 SK의 주식을 맞교환해 9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SK그룹과 JP모건간 SK증권 주식 이면계약 과정에 개입, 계열사에 1천1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2003년 3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98년부터 2002년 8월 사이 SK해운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7천884억원을 인출, 선물투자에 사용하고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 100억원, 노무현 캠프에 10억원, 최도술씨에게 11억원을 불법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400억원이 선고됐었다.
참여연대가 무상기부를 문제삼고 나선 것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재출연한 워커힐 주식을 현물출자 형식을 통해 SK네트웍스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3일 SK네트웍스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2003년 최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워커힐 주식이 SK네트웍스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권리·의무의 변동 여부 및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2003년 초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적발 이후 최 회장은 보유하던 계열사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였으며, 이 중 워커힐 주식 40.8% 등은 SK네트웍스 정상화를 위해 출연한다고 밝히고 SK네트웍스와 채권단간 MOU에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워커힐 주식의 경우 가치평가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현재 매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워커힐 지분을 SK네트웍스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출연하고,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SK네트웍스 지분 약 2%를 최 회장에게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4월 26일,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기자간담회 도중 이같은 계획을 언급하면서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최 회장이 2003년 당시 워커힐 지분을 무상기부 형태로 출연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유상출자를 추진한다는 것은 ‘사재출연’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번복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 회장이 SK네트웍스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며 선언했던 사재출연의 의미가 퇴색함은 물론, 도의적 책임을 넘어 채권단과 SK네트웍스 이사들의 법률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과 회사의 판단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최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과 관련해서는 일말의 의구심도 남겨두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SK네트웍스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질의공문을 보내, 2003년 출연 당시 무상기부 형식이라고 알려졌던 워커힐 주식을 SK네트웍스에 ‘유상출자’하기로 한 계획의 법적·계약적 근거에 대해 질의했다.
즉 워커힐 주식 사재출연 약속의 법적 성격이 무상기부인지, 또는 구조조정 이행의 담보인지를 명확히 밝혀달라는 것이다.
또한 MOU의 구체적 내용 및 최 회장이 서명한 별도 약정의 존재 여부, 현물출자로 취득하게 될 SK네트웍스 주식의 권리 주체는 물론 소유권과 의결권의 귀속 주체 및 채권단이 보유한 담보권과 처분권의 변동 여부 등 그 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워커힐 주식의 향후 처리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질의에 대한 SK네트웍스와 하나은행의 회신이 도착하는 대로 공개할 계획이다.
참여연대가 하나은행에 보낸 질의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최태원 회장이 ‘사재출연’한 워커힐 지분 관련 질의.
1. 안녕하십니까? 귀 은행(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 관련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질의입니다.
2. 지난 2003년 초 검찰 수사를 통해 대규모의 분식회계가 적발된 이후 SK네트웍스는 실사 결과 4조 4천억원의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밝혀져 회생이 매우 불투명한 상태였습니다. 그 후 청산과 회생을 놓고 채권단간 오랜 논의와 협의를 거쳐 결국 2003년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단 공동관리가 결정되었고, 이후 채권금융기관의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고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에 대한 약정’이 체결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네트웍스의 정상화를 위해 개인이 보유한 상장,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이 중 워커힐 지분 40.7%와 벤처회사 2개사의 지분을 사재출연한다는 내용을 2003년 8월 SK네트웍스와 채권단간 체결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채권단은 최 회장이 사재출연한 40.7%와 SK네트웍스가 보유한 9.68%의 워커힐 지분을 함께 매각하여 SK네트웍스의 이익에 귀속시킨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으며, 실제로 공개입찰 및 매각협상이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3. 한편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SK네트웍스의 경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2006년 상반기 중에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와는 별개로 SK네트웍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던 SK생명 및 SK증권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최 회장이 출연한 워커힐 주식의 경우 가치평가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실상 매각이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일부 언론이 채권단 또는 SK네트웍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의 워커힐 지분을 SK네트웍스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출연하고, 대신 그 가치에 해당하는 Sk네트웍스 지분 약 2%를 최 회장에게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26일에는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기자간담회 도중 이와 같은 방안을 채권단에 제안하였다고 시인하였으며, 주채권은행인 귀 은행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사장은 이러한 유상출연 방식이 네트웍스의 자본확충과 최 회장의 책임경영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5. 그러나 참여연대는 최 회장의 워커힐 주식과 관련한 최근의 상황전개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워커힐 주식을 SK네트웍스에 ‘유상출자’하는 것이 2003년 ‘사재출연’의 사회적 약속을 번복하기 위한 수순으로 의심하는 의견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참여연대는 이러한 의구심이 기우이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2003년 사재출연 약정시 최 회장이 워커힐 등의 지분을 무상기부 형태로 출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입니다(별첨 1. 언론보도 참조). 또 SK네트웍스의 감사보고서 주석에도 개인 대주주의 재산출연으로 약 1,085억원의 자금지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워커힐 주식의 현물출자 방침이, 채권단이 담보권과 처분권을 가진 대상이 워커힐 주식에서 SK네트웍스 주식으로 바뀐다는 의미를 넘어, 만의 하나라도 최 회장에게 재산을 되돌려주는 과정의 첫단계라고 한다면, 이는 과거 SK네트웍스의 모든 책임을 진다면서 사재출연을 선언했던 의미가 퇴색되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도의적 책임 차원을 넘어 채권단 및 SK네트웍스 이사들의 법률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6. 물론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과 회사의 판단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2003년 사재출연 당시에는 무상기부 형식이라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각에서는 이를 ‘유상’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채권단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귀 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써 최 회장과 채권단, SK네트웍스가 워커힐 지분에 대해 어떤 내용의 약정을 하였는지 밝히고, 향후 워커힐 지분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귀 은행에 다음과 같이 질의하오니 성실하고 빠른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1) 지난 2003년 10월 27일 SK네트웍스와 주채권은행인 귀 은행이 체결한 ‘SK네트웍스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MOU)’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워커힐 주식 및 벤처 2개사 주식의 사재출연이 명시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정확한 약정 내용이 무엇입니까?
(2) MOU 상 명시된 사재출연의 의미는 구조조정 이행에 대한 담보가 아니라 지분을 매각하여 SK네트웍스의 이익에 귀속시키는 사실상 증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OU 상의 사재출연은 ‘무상’의 의미입니까, 아니면 ‘유상’의 의미입니까? 사재출연의 정확한 법적 성격이 무엇입니까?
(3) 최 회장의 사재출연이 명시된 MOU는 귀 은행과 SK네트웍스간에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워커힐 등의 지분은 소유자인 최 회장이 체결한 별도의 약정서 없이 채권단이 처분권을 갖고 SK네트웍스의 이익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 것입니까? MOU 외 담보권과 처분권 등에 대한 최 회장 개인 명의의 약정서는 없습니까?
(4) 지난 4월 26일 SK네트웍스의 정만원 사장이 밝힌 워커힐 주식 현물출자 추진 계획은 채권단협의회에서 합의된 결정 사항입니까? 이러한 사항은 채권단협의회에서 결정하는 것입니까, SK네트웍스와의 협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5) 만약 최 회장의 워커힐 지분을 현물출자하여,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지분 2% 갸량을 보유하게 될 경우, 이 SK네트웍스 지분의 실제 소유권 및 의결권은 최 회장 또는 채권단 어느 측에 주어지는 것입니까?
(6) 만약 워커힐 지분을 현물출자하게 될 경우 애초 사재출연 당시의 무상기부 약속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7) 향후 워커힐 지분에 대하여 귀 은행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