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워 볼까?

2020-07-25     제5공병여단장 준장 이숭재
제5공병
[매일일보] 최근 극장가에는 영화 ‘알라딘’이 많은 인기를 끌며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보다 앞서 누적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워낙 잘 알려진 동화 이야기라서 기존 내용에서 새로울 것 없는데도 불구하고, ‘요술 램프와 지니’ 열풍이 불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현실 속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술 및 요술 관련된 영화나 책, 게임 등을 찾는 빈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이 요즘 여러 모로 안 풀리는 일이 많은 모양이다. 마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과거 마술쇼 공연이나 영화를 보면 마술사가 마술이 잘 되길 바라면서 ‘수리수리 마수리...’하고 주문을 외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마술사들이 재미삼아 외치는 것 같지만 사실 심오한 뜻이 담긴 주문으로 불교경전 천수경(千手經)에 나오는 ‘정구업(淨口業) 진언’에서 비롯된 말이다. 본래 표현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로 그 의미는 입(말)으로 지은 업(죄)을 깨끗이 하고, 원만히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뜻으로써 말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주문이다. 입(말)에 대한 중요성을 다룬 것은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성경 잠언과 야고보서를 보면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며, 성내기도 더디하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 역시 ‘삼사일언 삼사일행(三思之言 三思第一行)’이라고 표현하며 같은 맥락으로 말하고 있다. 더불어 한자에서도 말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지혜 지(智)라는 한자를 살펴보자. 알 지(知)에 날 일(日)을 합친 글자로, 날아가는 화살(矢)과 말(口)은 한번 쏘면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음을 매일(日) 알고 스스로를 되새겨야 지혜로워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안 풀리는 일들에 대해 이유를 되짚어보면 의사소통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모든 조직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모인 곳이다 보니, 거기에서 주고받는 말이 감정으로 작용하고, 이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하거나 반대로 저해하게 만들어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軍 조직도 마찬가지로 말이 중요하다. 내가 계급이 높다고 해서 부하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막말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재떨이가 날아가거나 폭행 같은 물리적인 사고들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폭언, 욕설로 인한 사고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물리적인 상처가 없을지언정 ‘칼은 몸을 베고, 말은 마음을 벤다’라는 격언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추세가 마냥 다행스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이처럼 말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여과 없이 말을 하다 보면 말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장병들은, 특히 간부들은 말의 영향력에 대해 잘 생각하여 부하 간부나 용사들에게 되도록 좋은 말을 사용하며 바르게 지도를 해나가길 권해 본다. 모두가 올바른 언어 사용을 통해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길 바라며, 잘 안 풀릴 때는 스스로 말을 어떻게 했는지, 잘못 말한 것은 없었는지 생각해보면서 속으로 외쳐보면 어떨까. ‘수리수리 마수리 얍!’   제5공병여단장 준장 이숭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