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향후 5년간 대기업 2000억원 등 법인세 줄이고 고소득근로자 증세
"경기상황 엄중" 이유 한시적 감세로 투자 부진 해소 목적
야당 등에선 "엉뚱한 처방" 비판 경제정책 기조 전환 요구
2020-07-25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증세 기조가 꺾였다. 기업들의 극심한 투자 부진을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5일 발표한 ‘2019 세법개정안’에서 향후 5년간 누적으로 대기업에 2000억원 이상을 포함해 법인세를 줄이고, 근로소득 공제 축소와 임원 퇴직금 과세 확대 등을 통해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기로 했다.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조정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1년간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업 규모별로 차등해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경우 1%에서 2%로, 중견기업은 3%에서 5%로, 중소기업은 7%에서 10%로 투자세액공제율이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5320억원 가량의 세수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의약품제조·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하고,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 역시 송유관·열수송관 안전시설, 액화석유가스(LPG)·위험물시설 등으로 확대한다. 두 가지 모두 일몰이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된다.
▮투자 초기 감가상각 확대
가속상각특례 적용기한 역시 올해 연말에서 내년 6월 말까지 연장돼 중소·중견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해, 대기업은 혁신성장 투자자산과 연구·인력개발 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해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대기업은 올 연말까지 생산성 향상시설과 에너지 절약시설까지 축소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는 올 연말까지 모든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가속상각특례란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연장·확대하면 기업의 투자 심리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있다.
▮5년 누적 법인세 5500억 감세
이밖에 정부는 내년부터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창원, 울산 동구, 목포, 영암, 해남 등 고용·산업 위기 지역 내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5년간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에 더해 2년간 50%를 추가 감면해주고, 규제자유특구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세액공제율을 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은 3%에서 5%로, 중견기업은 1∼2%에서 3%로 조정된다.
정부는 이 같은 감세조치들로 인해 올해 대비 향후 5년간 누적으로 대기업의 경우 2062억원, 중소기업의 경우 2802억원 등 모두 5500억원의 법인세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고소득층 5년간 3773억원 증세
기업에 대한 감세와 반대로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수는 강화된다. 특히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최대 2000만원으로 설정해 연봉이 3억6250만원 초과자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고, 임원의 퇴진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인의 회장, 사장, 부사장, 이사장, 대표이사,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이 대상이다. 이에 따른 증세 규모는 10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일각선 “잘못된 진단 무책임한 감세”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올해는 경기상황이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며 감세 기조로 돌아선 것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무책임한 감세 정책에 불과하다”며 “경제정책에 대한 잘못된 진단을 가지고서 엉뚱한 처방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