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7월 반도체 소재 전초전서 한국 산업 도약 밑거름 마련했다

소재·부품 품목별·기업별 현장 실태 파악 ‘잠재력 확인’ 폐쇄적 수직계열화 피해 소재 국산화 전략 마련 고심

2020-07-28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8월 초 일본이 한국을 수출관리 상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하면 양국은 전면적 경제전쟁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경제전쟁을 통해 일본에 종속된 경제구조를 탈피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전격 발표한 이후 한 달간 ‘탈일본’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피해 최소화 작업 마무리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규제를 전격 발표한 이후 정부와 업계는 당장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했다. 한 달 가까이 전력투구한 결과, 상당 부분 대비태세가 갖추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소재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한 만큼 비밀리에 대안을 마련해왔고, 일본이 행동에 나서자 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전 협력사를 동원해 최소 90일치의 재고분을 비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1차 공격대상이 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평가까지 이미 마쳤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삭제 조치에 대비해 정밀공작기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일본 현지업체와 비밀리 계약을 체결해 재고 비축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다만 본격적인 경제전쟁 국면에 들어설 경우 어느 부품을 어디까지 대비해야 할지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장조사 통해 산업 현실 파악 성과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 대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중장기 대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한 달간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품목별·기업별로 현장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서류상 현황 파악을 벗어나 한국 산업의 현실과 잠재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현장조사 결과는 우리 산업 경쟁력을 키워가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로소 우리 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소재·부품 산업 발상의 전환 고민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소재·부품 산업의 환골탈태라는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단순한 국산화로는 4차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시대적 변화에 뒤쳐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소재와 부품 국산화 비율을 높이겠다는 단순 논리로 구조변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 산업의 고질적 병폐인 폐쇄적 수직계열화 체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글로벌화 된 개방경제 시스템에서 100% 국산화를 추구한다는 자체가 경제논리에 어긋난다. 정부 내에서도 “21세기에 소재·부품 자립화를 하겠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소재·부품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발상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대책들을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는 재탕삼탕식 방안으로는 일본과의 장기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탈일본 위해 가격 경쟁력 저하 불가피 정부와 업계가 어떤 내용의 탈일본화를 추진하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었던 가격 우위는 어느 정도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석유 수입에 있어 우리보다 수입단가가 비싸다. 이는 가격이 보다 높더라도 공급의 안정성과 공급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본다면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소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거래처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의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공급선의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 발표 이후 정부는 물론이고 업계에서도 단기적 이익 극대화에 대한 수정 필요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