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0월까지 석 달 간 한일 경제전쟁 윤곽
반도체 소재 첫 수출허가 시점 주목
8.15·일본 개각·일왕 즉위식 변곡점
2020-07-28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일본이 8월 2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하더라도 양국 간 경제전쟁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구체적인 향배는 한일 양국의 8.15 기념사, 일본 개각을 통해 정국 운영방향 발표, 10월 일왕 즉위식 메시지 등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지난 4일부터 시행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수출허가가 나오는 시점도 일본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꼽힌다.
28일 현재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규제는 시행 24일째를 맞는다. 아직까지 일본은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지 않았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일본의 관례상 수출허가 기간은 90일을 넘지 않는 게 상례였다. 일본의 규제조치 발표가 있기 전 6월말 한국 업체의 관련 품목 수입신청이 있었던 만큼, 일본은 8월 또는 9월 중 수출허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점이다. 일본이 시간을 최대한 지연할 경우 다른 품목 수출에 있어서도 비슷한 기조가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되면 모든 품목에 대한 개별수출규제가 가능해지는 만큼 일본의 지연전술에 따른 광범위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우리 정부는 우리에게 불리한 시나리오에 중점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10월까지 석 달 동안 한일 간에는 주요 변곡점이 존재한다. 8월 15일 광복절이 첫째다. 15일을 전후해 양국에서 어떤 성명과 행위가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전쟁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번째는 8월말 또는 9월초로 예상되는 일본의 개각이다. 개각 인사 면면과 메시지를 통해 한국에 대한 정책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이 주목된다. 일본 측에서는 일왕 즉위식 전까지 한국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우리 정치권에 전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쓰비시중공업 징용판결에 따른 압류자산의 현금화 조치가 나올 경우 일본이 대응조치에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물러나고서야 양국 간 대결국면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최대 2021년 10월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대체로 내년 도쿄올림픽 이후 사임하거나 중의원 선거를 치른 후 사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