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시조가 국민 가요였다면 판소리는 천만 영화였다
2020-07-29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판소리는 한사람의 천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지면서 만들어 온 민족문화의 정수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중견 소리꾼인 김경아 명창이 이를 다시 다듬어 책으로 내놓았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보아 대마디, 대장단의 선이 굵은 동편제에 속하는 소리로, 조선 후기 8대 명창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세종에 의해 시작된 소리이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김찬업, 정응민을 거쳐 김경아 명창의 스승인 성우향으로 이어져 왔다.
중견 소리꾼 김경아 명창은 '김세종제 춘향가'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두 가지의 타임캡슐을 이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춘향가가 생기던 300여 년 전으로 갈 수는 없지만, 150여 년 전 광대들의 사설이 책으로 남아 있고(‘춘향전 전집’ 1~17, 김진영 외 편저, 박이정출판사, 1997~2004) 100여 년 전 광대들의 소리가 유성기 음반으로 남아 있다.
이 두 가지 나침반을 들고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를 다시 한번 다듬었다. 이번에 발간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는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 사설을 정성들여 정리했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한자어와 고사성어에 주석을 달아 그 맥락을 문학적으로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창본(소리책)으로 쓸 수 있도록 장단에 따른 소리 마디를 구분하여 편집한 부분이다. 정간보나 오선지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판소리의 음률을 자신만의 악보로 만들어 직접 소리꾼이 되어 춘향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마지막으로 사설에 인용된 한시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달아, 춘향가에 차용된 한시 원문을 부록으로 실었다. 동양 인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는 판소리에 나오는 수많은 한시는 그것을 음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