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나베, 인터넷 개인방송 BJ 이야기 '인방갤' 내달 16일 노을소극장 공연
신(新)문화로 자리 잡은 인터넷 방송, 평범한 우리 삶의 모습 담아내
2020-07-30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극단 나베의 연극 <인방갤>(이승원 작/연출)이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노을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인방갤>(인터넷 방송 갤러리의 줄임말)은 인터넷 개인방송 BJ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최고 인기 BJ, 많은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섹시 BJ,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한 트랜스젠더 BJ, 주적인 북한으로부터 사랑하는 내 나라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애국보수 BJ 등, 이야기도 스타일도 제 각각인 인물들이 방송을 한다.
시청자들의 모욕적인 발언도, 성희롱도 능숙하게 웃어넘기고, 도를 넘어선 요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엄청난 재력과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그들은 누구보다 쉽게 산다고 믿고 있다. 그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감사하며,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한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미래의 소통 방식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품은 이를 비웃듯 ‘인터넷 방송’의 민낯을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펼쳐놓는다.
작품 안에서 BJ와 시청자는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반응한다. BJ들은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말들을 쏟아내고, 시청자들은 그들을 평가하고, 응원하고, 조롱한다. 그 사이에는 ‘별사탕’이라는 예쁘장한 단어로 포장된 돈이 오고 간다. <인방갤>은 ‘소통’과 ‘소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하여 신문화로 자리 잡은 인터넷 방송을 들여다본다.
작품은 누구에게도 섣불리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거나 연민의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그저 ‘인터넷 방송 갤러리’에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오는 자극적인 가십들을 날 것 그대로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극 중 인물들의 속사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방송 중인 BJ로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방송(연극)을 시청(관람)할수록 그들의 기쁨과 슬픔, 외로움, 삶의 고단함 등이 섬세하게 전해져 온다. 비로소 컨텐츠 안에서만 존재하던 BJ는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한 인간으로, 유치하고 자극적이기만 했던 그들의 방송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번 작품은 극단 나베의 네 번째 작품으로, 배우 김선영이 제작자로 나섰고 연극 연출가이자 그녀의 남편인 이승원이 연출이 맡았다. 부부는 2014년부터 ‘극단 나베’를 창단해 연극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괴하게 뒤틀린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모럴 패밀리>, 지존파 살인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두 형사 이야기>, 예술가의 죽음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독을 다룬 <예술이 죽었다> 등을 공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