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製 불매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 기성세대 중심 운동서 젊은 세대 주축으로 떠올라 주류·자동차·카메라·보일러 등 관련 업체 외형 축소 전망

2020-07-30     신승엽 기자
경기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젊은 세대가 일제 불매운동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잠잠했던 2030세대와 10대의 반일감정이 들끓고 있다. 회사원 사이에서는 일본 음식점에서 밥조차 먹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는 5000여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기성세대도 많지만, 2030세대가 대거 참여해 아베신조를 규탄했다. 학생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한 씨(28)는 “현재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 대해 아이들에게 세부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동료들에게 광화문 집회를 공지했고 30여명이 함께 이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자리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는 손 글씨를 이용한 ‘노 재팬(No Japan)’,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손글씨 릴레이 운동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 확산은 일본과 연관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맥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 맥주는 아사히, 이치방 기린, 삿포로 등이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일본맥주의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48.1%나 하락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입맥주 시장은 18.2%나 성장했지만, 수출규제 이전 아사히의 판매량은 0.8%나 줄어 수출규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만큼 앞으로의 수치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일부 자영업자는 납품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회사원들의 이자카야에서의 회식 발길도 끊어지는 모양새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하락세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공식적인 7월 판매량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견적 확인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자동차 플랫폼 겟차가 지난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브랜드들의 유효 견적수는 41% 줄었다. 렉서스의 감소율은 64%로 일본 브랜드 중 가장 타격이 컸다. 통상 견적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는 수요는 극히 적어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의 경우 ‘노노재팬’에 대체가 어렵다고 기록됐지만, 이미 휴대전화 기능의 발달로 시장 자체는 축소되는 상황이라 이번 불매운동이 더욱 뼈아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인 일본 카메라 업체는 △니콘 △캐논 △소니 등이다. 가스 관련 제품을 다루는 린나이에게는 치명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제품인 보일러와 가스레인지 시장에서 토종기업에 밀려 매출하락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익성을 보존 받던 대리점주들이 일본 본사가 가진 지분을 일부 매입해 경영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도 가졌다고 밝혔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제품에 대한 악감정은 그간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최근 젊은 층도 이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일부 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가 독점하는 구조로 운영됐지만, 앞으로의 시장 분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