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아베 정부의 수츨규제조치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된 지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 독립운동은 하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구호까지 등장하며 국민들의 성난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알려진 여당 싱크탱크의 총선관련 보고서는 이러한 국민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것이나 다름없었다.
민주연구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당내 의원에 배포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보면 총선에 대한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강경대응을 계속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연구원은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즉각 해명을 했다.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관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다”는 설명이 담겨있었다. 연구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변명은 내놓았고, 당에서도 이번 논란이 확산되지 않기를 원하는 분위기지만 이러한 해명을 바로 납득할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논란이 된 민주연구원은 양정철 원장이 이끌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 원장은, 누굴 만나고 무슨 말을 하는지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는다. 특히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서훈 국정원장과의 만남사실이 알려진 뒤 한동안 이목이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 원장은 첫 출근 날 문재인 대통령과 자주 연락하느냐는 질문에 ‘이심전심’이라고 답해 최측근임을 증명했다. 대통령과의 사이를 이렇게 말할 정도의 가까운 인사라면,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이 내놓는 메시지가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모를 리 없었을 터다.
당의 싱크탱크에서 총선전략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외교 갈등이 격화된 시기에 이러한 보고서는 ‘집권 여당이 총선 생각뿐인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현 정권은 연일 ‘이순신 장군’ ‘죽창가’를 말하며 반일 메시지를 꺼내오지 않았나. 이번 논란은 청와대와 여당의 대일 강경대응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시행 이후 그간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일본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한국을 국내 정치를 위해 정치 도구화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 비춰보면 한일갈등을 정치도구화 한 것이 ‘아베 총리뿐이었나’라는 의구심도 든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해찬 대표가 최근 내년 총선을 녹록치 않다고 평가하긴 했지만, 가능한 많은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목표는 변함없이 표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압승을 거둬 축제분위기를 만끽했던 때가 생각난다. 내년 총선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집권여당으로서 당익보다 국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신뢰를 쌓아올리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 대상이 국민과 여론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