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65년 체제’ 文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vs 아베의 재무장·경제보복

한반도 평화는 아베 재무장 노선 걸림돌 '방해공작' 한일 과거사 청산시 65년 체제 흔들려 '경제보복'

2020-08-04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일본의 아베 내각은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65년 체제의 강화를 통해 재무장과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근본주의적 한일 과거사 청산 노력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은 아베 내각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국력이 일본을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라 더욱 위협적이다. 한국에 대한 아베 내각의 경제보복은 한국의 도전을 봉쇄하려는 목적으로 평가된다. 한일 경제전쟁을 두고 ‘65년 체제’의 유지냐 수정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샌프란시스코 체제 강화 추진 현재의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 4개협정과 한일기본조약에 토대를 두고 있어 65년 체제라 불린다. 또 1965년 한일 조약은 1951년 체결돼 다음해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란 큰 틀 아래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미일 동맹을 핵심으로 한국과 대만 등을 추가해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는 전략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추진,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구축했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조약 체결부터 일본의 로비로 한국이 배제되는 등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청산에 무관심했다. 미국은 일본을 동원해 구소련과 중국 공산당을 봉쇄하는 목표에 집중했다. 65년 한일 협정에서 한일 과거사 청산에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미중 수교와 구소련의 붕괴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신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되자 일본은 이를 군비강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여기에 중국의 급부상 이후 아베 내각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안하고 본격적인 재무장을 추진했다. 최근 미국은 아베 내각과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회귀정책을 추진했던 오마바 행정부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 채택한 트럼프 행정부까지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새롭게 강화하는 모양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65년 체제도 강화 아베 내각은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전범국가의 굴레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보통국가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내각은 과거사 문제를 전면 부정하는 노선을 택했다. 사죄를 통해 과거사를 청산하는 대신 65년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베 내각은 1982년 미야자와 담화(교과서 기술에 대해 주변국 배려), 1993년 고노 담화(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인정), 1995년 무라야마 담화(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 등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이런 아베 내각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 것이 2015년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다. 미국은 일본 중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 과거사 문제가 미국의 전략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 2015년 2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를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같은 해 4월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같은 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되자 “그동안 역내에서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인 한일 양국의 관계악화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차질을 가져왔다”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이정표”이자 “양국관계 진전의 엄청난 진전이자 거보(巨步)”라고 평가했다. 한일 갈등으로 인해 북한 문제를 넘어서는 지역적 도전에 한미일 3각동맹이 대응할 수 없던 상황에서 한일 합의가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였다. 실제 다음해 한일은 미국의 요구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등 동맹 강화에 나섰다. ▮아베에 제동 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한일 위안부 합의가 파기되자 일본과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아베 내각에게 도전으로 다가왔다. 아베 내각의 재무장은 북한 위협론을 명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베 내각은 문재인 정부의 한일 과거사 청산작업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일본은 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도움보다는 장애를 조성했다.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은 한일간 협력을 저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며 “일본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보통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는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65년 체제를 강화하려는 아베 내각에 있어 보다 근본적 도전은 한국의 부상이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600달러로 일본의 80%에 육박했으며 단 1315억 달러 차이로 세계 4위의 수출대국 자리를 일본과 다투게 됐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65년 체제를 수정하려는 한국의 행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일본의 경제보복을 두고 한국의 성장을 막으려는 저의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