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원, 백혈병 유가족 고소해 논란

“잡으라는 범인 안 잡고 유가족에게 화풀이”

2013-11-26     성현 기자

삼성노조 “여자 혼자서 5초동안 뭘 하겠냐”맹비난
고(故) 황민웅씨 아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매일일보 성현 기자] 삼성 측이 고객후송용 차량을 ‘5초’ 막아섰다는 이유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유족을 고소했다. 삼성노조 측은 사측이 고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족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서초사옥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삼성에스원 측은 지난 22일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故) 황민웅씨의 아내인 정모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정씨가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나오던 고객 후속용 차량 2대의 앞을 막고 창문을 두드려 탑승자로 하여금 위협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정씨는 이날 오후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백혈병 사망 직원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중 고급 승용차 2대가 잇따라 외부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차도로 진입, 두 차량의 창문을 두드렸다. 고급 세단이었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량으로 판단하고 면담을 요구한 것.하지만 이 차는 삼성전자 외부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구비한 렌트차량이었고 정씨는 집회 통제를 위해 출동해 있던 경찰의 제지로 단 5초만에 인도로 끌려나왔다.이에 삼성에스원의 고소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여자(정씨) 혼자서 해봤자 소리 지르는 것 밖에 더 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특히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이 정씨의 행동을 전혀 막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이 퇴근하는 때라 삼성에스원 측 경비원 수십여명이 출구 쪽에 대기 중이었지만 모두 정씨의 차량 제지를 바라만 봤다는 것.실제 삼성일반노조가 당시 상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면 한 경비원은 차량을 제지하고자 뛰어가는 정씨가 바로 옆을 지나감에도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이 정씨를 고소하고자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경비원 수십명이 있었지만 (정씨를)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삼성에스원 관계자는 “경호직원이 정씨를 개인적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해당 직원은 위압감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