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라면 터줏대감’ 자존심 구기나
10년만에 오뚜기에 시장 점유율 2위 내줘…하락세 계속될 듯
2013-11-28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라면업계 ‘터줏대감’인 삼양식품(회장 전인장)이 자존심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우지파동’ 사태로 시장의 외면을 받다 기사회생해 어렵사리 업계 2위를 탈환했던 삼양식품이 10년만에 경쟁사인 오뚜기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특히 삼양식품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만한 후속 제품들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28일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라면시장에서 삼양식품은 올해 8월 12.9%였던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이 0.2%p 하락한 12.7%를 기록했다.반면 농심과 삼양에 밀려 만년 3인자에 불과했던 오뚜기는 지난 8월 12.2%였던 점유율이 0.9% 오른 13.1%를 기록하면서 삼양식품을 밀어내고 2위자리를 차지했다.오뚜기가 국내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2위로 올라선 것은 2002년 8월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일이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각변동이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을 주도한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로 톡톡한 재미를 봤던 삼양식품은 올해들어 ‘빨간 국물 라면’의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부진한 실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말 라면시장의 전체 17.1%를 차지했던 하얀 국물 라면 소비량은 최근 2%까지 내려앉았다.지난 7월까지 ‘라면 톱10’에 항상 이름을 올렸던 나가사끼 짬뽕의 이름도 더 이상 톱10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문제는 삼양식품이 반전을 꾀할만한 후속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하얀 국물 라면의 하락세가 나타나자 경쟁사들은 시장의 흐름에 맞춰 잇따라 빨간 국물 라면 신제품을 선보였다.삼양식품도 ‘꽃게짬뽕’과 ‘돈라면’, ‘불닭볶음면’ 등을 출시했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다. 일례로 돈라면의 경우 회사 측은 연간 450~500억원 매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판매 수준은 월 6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라면 판매 부진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3억9847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30억8989만원)에 비해 87%나 감소했으며,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감소했다.주가역시 급락하고 있다.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5만6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삼양식품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 27일 종가기준 2만5450원으로 반토막 났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4분기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이와 관련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라면시장 점유율 통계는 10월 판매량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시장조사기관의 발표를 아예 부인할 수는 없는지라 우리 쪽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