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가의 ‘물리적 인프라’가 무색한 이유

2019-08-08     김휘규 공학박사
김휘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시스템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운영자로 구성된다.  국가라는 시스템은 국방, 행정, 치안, 교통, 교육, 환경, 금융 및 복지체계 등의 하부 시스템으로 세분화된다. 이러한 하위 시스템이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이룬다. 따라서 대부분의 하위 시스템은 공공부문에서 직접 관리한다. 이러한 하부 시스템은 각종 설비 및 시설 등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법과 제도라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구축되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하부시스템이 하드웨어의 영역, 즉 물리적인 실체인 관련 인프라의 확보는 국가 시스템 현실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하부 시스템과 관련된 물리적 인프라의 확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화학공업의 발전에 따른 항만, 교통 및 각종 물류 인프라의 확충이 선행되었고,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재화의 이동에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게다가 90년대 인터넷의 확산은 각종 인프라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발전과 성장을 유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따른 효율 향상과 편의는 일상생활 중에는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불과 20년전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구성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상태를 한번 되짚어 보자. 90년대 초반까지도 상당수의 중고등학교에서 목탄, 조개탄 난로로 겨울철 난방을 해결했다. 물론 여름철 냉방은 창문열기와 부채질이 전부였다. 대학교에서는 90년대 중후반까지도 수강신청을 위해 학생들이 새벽부터 캠퍼스 내에서 대기하거나, 전날 밤부터 밤샘을 하곤 했다. 지금의 그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의 물리적 인프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 인프라의 확충은 서서히 진행되지만 확고하게 일상생활의 수준을 바꾸어 놓는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지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과 20~30년 전과 비교해도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물리적 인프라 전반의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물리적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분야가 많다. 특히 각종 첨단 IT기술의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어,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국가경제의 성장을 통한 재원의 확보다. 게다가 한번 구축된 물리적 인프라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적절한 수준의 유지보수가 없으면 금방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즉 물리적 인프라의 확충은 필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의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유지되지 않는 한 국가 시스템의 유지와 발전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물리적 인프라에 알맞은 소프트웨어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 시스템에 있어서는 각종 법률과 제도의 개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구태의연한 법률과 과다한 규제는 당연히 물리적 인프라의 발전과 유지를 방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주체인 ‘운영자’다. 운영자의 기본 마인드와 상황판단, 그리고 의사결정의 행태 등에 따라 성과와 효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정기적으로 하드웨어의 상태를 점검하고 환경변화에 맞게 적절하게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만약 운영자가 관리를 소흘히 하면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한다. 특히 운영자가 방만해지거나, 독단에 빠져 소프트웨어를 임의적으로 수정하는 경우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에러가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시스템이 중단될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물리적 인프라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를 통해 제공되는 효용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물리적 인프라가 빈약했던 과거보다 더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혹시 이러한 불안감이 운영자 리스크로부터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국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자는 바로는 ‘정부’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적 이슈를 살펴보면 국가 하위 시스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원인분석과 대안 마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 몇 가지 에러가 발생하고 있다면, 원인은 절대 물리적 인프라의 부족은 아닐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운영자 리스크에 대한 심각한 점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고 하는 의문이 너무나 성급하고 일방적인 의견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