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국계 운용사에 화났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업 철수에 위탁운용액 전액 환수
2013-11-2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국민연금이 무책임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아무런 예고없이 철수를 결정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 위탁했던 자금을 전액 환수하는 등 초강수로 대응했다. 이번 환수조치는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의 특별지시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장 와중에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 철수 소식을 접한 전 이사장이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와의 미팅을 취소하는 등 언짢은 기분을 여과없이 드러냈다.전 이사장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우리 금융시장에 기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국민연금)와 일하려면 그런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번에 확실히 줄 계획"이라며 불쾌한 기분을 드러냈다.국민연금은 앞으로 자산 운용 업무를 외부 회사에 위탁할 때 선정 기준에 한국에 사무소가 있는지, 직원을 얼마나 채용하는지, 국내 금융시장에 기여도가 있는지에 대한 가산점을 높일 예정이다.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에 이미 진출한 금융회사와 합작, 자산운용사를 세우는 형태로 진출하지만 정작 자산운용보다는 외화채권 발행 중개나 인수합병 자문 등 IB(투자은행)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골드만삭스가 자산운용을 제외한 투자은행과 증권업무는 서울 사무소를 유지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분석의 배경이다.골드만삭스운용은 지난 2007년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인수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자산운용부문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이번 골드만삭스에 대한 운용자금 회수에는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 역시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3조5784억원에 달했던 골드만삭스운용의 위탁운용(일임) 규모는 최근 100억원 대로 급감했다.국민연금의 이 같은 반응에 골드만삭스는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을 한국에 즉각적으로 파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380조원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의 분노를 사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은 28일 국민연금을 직접 방문해 한국 철수에 대해 해명하고 향후 IB(투자은행) 등 한국 내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국민연금이 채권 분야에서 골드만삭스와의 위탁운용 계약을 해지할 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위탁운용사 중 하나다.국민연금은 주식 채권을 운용할 위탁사를 선정할 때 국내에 운용 인력과 사무소를 반드시 두도록 지침을 정해놨다. 해외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역시 ‘한국과 국민연금공단 발전을 위한 기여도를 평가한다’고 명문화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