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비를 기다리는 마음

2019-08-18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장
백용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연구단장] 최근에 개봉된 영화 중에 송광호 주연의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내용은 한글창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지만, 영화 중에 세종이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이 나온다. 배경은 경복궁 안에 경회루에서 천신에게 비를 달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장면인데 실제 경회루에서 기우제를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농자천하지대본(農者皇途之大本)’의 시대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임금님의 덕과 관련이 있어 매우 중요한 자연현상 중 하나였다. 기우제와 관련된 세종대왕과의 일화가 있다. 서울에서 일산방향으로 강변북로를 자동차로 달리다가 보면 희우정(喜雨亭)이라는 정자가 하나 눈에 뛸 듯 말 듯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다. 때때로 세종대왕은 이 정자에 들리곤 하였다. 매년 봄가을 농사일을 살피고 수군의 훈련을 관장하던 곳이었다. 세종이 이 정자를 다녀가면 비가 오게 돼 들판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고 희우정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 세종은 희우정을 둘째형인 효령대군에게 선물하고 노후를 보내도록 했다. 희우정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석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후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이 망원정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7월이면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비 피해를 주고 있다. 올해에는 남부지방이 피해가 많았지만 매년 장마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다. 장마가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일부지방에서는 봄가뭄에 이어 저수지 고갈 등 여름가뭄까지 이어지고 있다. 8월부터 더운 여름나기와 가뭄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름가뭄은 겨울의 날씨와도 매우 연관이 깊다. 작년 겨울에는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으며 저수량에 큰 문제를 가지고 왔던 기억이 있다. 이에 정부가 인공강우를 준비해 실제 적용을 했다. 세계 최초로 무인기를 활용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으며 0.5mm의 강우가 발생됐다고 보도했다. 향후에는 여러 대의 무인기를 활용해 지속적인 구름씨를 뿌려 강수량을 늘리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인공강우에 대한 다양한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재난 중 자연재난에서 가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제 많은 비가 내릴지, 비로 인한 피해가 얼마일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반면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그다지 시행 하지 않는다. 이유로는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가뭄시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저수지, 댐,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설물을 건설하고 유지관리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의견조율의 문제점이 있다. 둘째로는 가뭄에 대해 직접적인 피해는 도심지가 아닌 농작물을 키우는 농어촌 지역이 대상으로 돼 있어 도심지에 비해 상대적인 관심도가 낮은 것이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도심지에서는 물공급에 대하여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용수(冲水)로 인해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뭄에 대한 대책마련이 연구되고 사전에 준비가 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 임금님과 같이 하늘을 보고 기우제만 지내는 형태로는 600년의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 맞지 않을 듯하다. 지하댐이나 지하의 저류시설을 활용하는 방법은 이미 일본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예로써 일본 요코하마경기장의 지하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시설을 갖춘 공공시설물이다. 국내의 기상특성을 고려해 시설물 설치나 가뭄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정책 마련이 가뭄 발생 전에 수립되고 추진됐으면 한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예보없이 발생한다. 특히 자연재난은 엄청난 피해규모를 발생할 뿐 아니라 가뭄으로 인한 재해는 2차적으로 환경문제까지 발생되므로 선대응의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