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후예' 이어 이번엔 '박정희 후예' 프레임

이인영 "내년 총선은 박정희 후예와의 경쟁"

2020-08-18     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9월 정기국회와 인사청문회 정국을 앞두고 여야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 “박정희 후예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발언이 나와 정치권에서 3개월 만에 다시 후예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가치 사수 이미지를 굳히는 동시에 보수 결집을 시도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경제갈등 국면에서 한국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온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광복절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식 계기로 ‘후예 경쟁’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16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서거10주기 추모사진전’ 개막식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서슬퍼런 탄압과 편견에 맞서 맨 앞에 섰고, 온 몸으로 새 역사를 열며 우리를 민주주의와 평화의 길로 이끌었다”며 “김대중-노무현의 길과 박정희 후예들의 길이 경쟁하고 있는 현실에서 김대중-노무현의 이름으로 멋지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후예 논쟁은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시 “한국당을 겨냥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여야 대립이 심해졌다. 이후에도 정치권에선 ‘후예’ 발언의 여파가 길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말에는 한국당에 5·18 관련 법안 처리에 동참하라며 “한국당은 김영삼의 후예인가 전두환의 후예인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후예’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정국을 앞두고 민주화 세력의 가치를 강조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이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안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공안 검사의 시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하는 등 한국당을 향해 “비이성적 색깔론”을 멈추라고 밝힌 바 있다.

‘독재자의 후예’에 이어 ‘박정희 후예’라고 강조한 것은 한국당 내 친박 비박 결집에 나선 황 대표를 겨냥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 우리공화당(대변인 박건희)은 18일 논평을 통해 “이미 고인이 된 이 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을 오늘의 여야 정쟁에 불러들이는 그의 경솔하고 한심한 작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한·일갈등을 부추겨 친일과 반일로 갈라놓고 이제는 전직 대통령까지 정쟁에 끌어들여 여론을 갈라서 총선과 대선에 악용하려는 망국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