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통계 불신 시대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상의 숫자는 증빙이 가능해야 하며 객관적이어야 한다. 특히 정책결정에 활용되어야 할 통계 숫자는 더욱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 발표자의 입장에 따라 유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주관적으로 해석한 통계 숫자를 공개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잘못된 통계 숫자로 인해 정책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아니면 말고'식의 통계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6월20일 전북 교육청으로부터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전주의 상산고등학교는 평가에서 부당한 감점 등이 있었기에 지정취소처분은 위법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전북교육감은 국회에서 지정취소를 설명하며 "상산고는 한 학년 360명 중 275명이 의대를 간다. 한참 잘못됐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학교 측은 “교육감이 말하는 275명은 재수·삼수생에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중복 합격한 숫자 등을 모두 더한 것이고 실제로는 60~70명가량이 의대 진학생”이라고 반박했다. 잘못된 숫자가 한학교의 운명을 좌우한 셈이다.
일자리 숫자도 혼란 그 자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년간의 일자리 숫자를 분석했다. 그런데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정부 통계와는 달리, 연구원은 취업자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취업자 수는 2년간 2699만2000명에서 2732만2000명으로 33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 안정적 일자리로 평가하는 주 36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취업자 수를 환산한 결과를 보면 2049년 취업자 수는 2488만4000명으로 2017년의 2509만1000명 보다 20만7000명이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정부발표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임시 일자리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마다 일자리 기준을 달리 하여 발표하고 있다.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상식대로라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취업률1위’가 유난히 많은 분야가 대학 취업률이다. 여기 저기 대학이 1위라고 광고를 한다. 그 비밀은 취업률 조사의 ‘그룹 분류 방식’에 숨어 있다. 일반대의 경우, 졸업생 3000명 이상은 ‘가’그룹, 2000명이상~3000명미만 ‘나’그룹, 1000명이상~2000명미만 ‘다’그룹, 1000명미만은 ‘라’그룹으로 분류했다. 전문대는 가(2000명 이상), 나(1000명이상~2000명미만), 다(1000명미만) 그룹으로 분류 했다. 대부분 대학은 자신들을 ‘1위’라고 선전하지만,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은 대부분 학교는 각자가 속한 ‘그룹’내에서 취업률 1위임을 주장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분류 기준을 더 추가하면 학교를 거점 국립대, 사립대 등으로 나누고 여기에 유지취업률, 해외취업률, 학과 등까지 세밀하게 구분해서 ‘1위’자리를 수십 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학교는 스스로를 특정 분야 1위라 칭하고 수많은 대학이 지금도 ‘1위’나 ‘취업률 우수대학’을 자칭하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숫자는 수학적 기호이지만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사람들은 숫자는 객관적이며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에 숫자를 제시하면 신뢰감을 갖고 믿게 되는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 문제‘, ‘일자리’와 ‘취업률’ 문제는 국민적 관심도가 큰 이슈로 단순히 숫자 놀음의 대상은 아닐 듯싶다. 통계 숫자 장난은 그만 하고 진실한 숫자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