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예술은 특정인의 향유물이 아니다
“공공미술 작품은 단순히 건축법상 인허가를 위해 설치하는 게 아니다. 해외에 가면 공공미술을 비롯해 훌륭한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예술품은 단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예술적 안목도 자연스럽게 넒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증권 신사옥 앞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작품 설치를 경영진에게 제안한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 김봉찬 이사의 말이다.
몇 해 전 필자는 도심에 있는 빌딩 앞 공공미술을 1년간 쉬지 않고 기획연재를 했다. 그래선지 새로 생겨나는 빌딩을 지날 때마다 빌딩에 딸린 공공미술 작품을 유심히 살피게 됐다. 출퇴근길에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출퇴근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공미술 작품이 바로 대신증권 신사옥 앞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였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조각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도 마찬가지라 작품 설치 배경을 직접 듣고 싶어 김 이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세계적인 작품인데도 우리나라에는 사유공간에만 있다. 훼손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미술 본연의 취지가 중요하지 않나. 공공미술은 특정인의 향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경영진에게 제안을 했고,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에도 직접 연락을 했다. ‘서울에 당신의 작품이 없다’고 말하고 서울의 중심인 명동에 작품을 설치하고 싶다고 했다. 그 위치까지 모델링해서 보냈다.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이 굉장히 호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1층 로비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컬렉션도 전시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공공미술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계속해 발전해 왔다. 88올림픽이 시작이었다. 건축물미술장식제도를 계기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갇혀 있던 미술작품이 전시장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로 인해 소수의 전유물이던 미술작품을 일반 대중의 생활 속으로 이끌어낸다는 공공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의의가 조명됐다.
현재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데 있어 일정 면적이상이 될 경우 건축비에 비례한 일정비율을 미술작품을 구입해 설치하거나 문예진흥기금을 출연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법 상 규정이다. 이전까지는 문예진흥기금 선택사항이 없고, 건물 신축 시 공사비의 1% 이하 미술물 설치가 의무였다. 이른바 1%법이었다.
이처럼 점점 공공미술 제도가 발전하고는 있지만 예술적 의미는커녕 정체조차 불명확한 환경조형물이 남발되는 등 아직 그 본연의 취지는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LOVE’와 같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