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 설 자리 잃는 제약·바이오업계

신라젠, 펙사벡 임상 3상 중단·압수수색 ‘인보사 개발’ 코오롱티슈진 ‘상폐’ 유력 한미약품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취소

2020-08-28     한종훈 기자
신라젠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임상 3상 목표치 달성 실패와 신라젠의 압수 수색과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등이 터지면서 업계에 대한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28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고공 행진을 했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 전에 최대주주와 친인척들이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임상 중단과 관련된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한국거래소의 1차 심사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인보사는 주성분이 당초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 5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이에 거래소는 상장심사 서류상 중요한 사항의 허위 기재 또는 누락에 해당한다고 판단, 코오롱티슈진의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 6월에는 에이치엘비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위암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은 1차 유효성 지표인 OS(전체 생존기간)가 임상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아 신약 판매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에이치엘비는 최악의 경우 ‘시판허가 지연’ 또는 ‘임상 지연’이라고 해명했지만 공매도와 악성루머까지 겹쳤다. 이후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LSK바이오파마는 지난 5일 리보세라닙의 미국 신약 판매허가 신청에 나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태한 대표이사는 지난달 20일 분식회계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지만 구속은 면했다. 김 대표 등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대가로 4조5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술수출 반환 소식도 나왔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글로벌제약사 얀센으로부터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취소 통보를 받았다. 얀센이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일라리릴리에 기술수출한 8000억원에 달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BTK억제제의 권리가 반환된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성과에 급급한 국내 투자자들의 조급함과 기업들의 경험 부족과 무리수를 둔 임상까지 겹쳤다”면서 “바이오산업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