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56% “경제민주화, 경영권 불안 야기할 것”

2012-12-10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상장기업 과반수 이상이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최근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경제민주화가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출자규제에 대해 응답기업의 56.3%가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반면 ‘상관없을 것’이란 답변은 34.7%, ‘경영권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은 9.0%로 나타났다.
 
논의되고 있는 출자규제 중 경영권 안정에 가장 부정적인 제도로는 ‘순환출자 금지’(42.6%)를 첫손에 꼽은데 이어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30.2%), ‘지주회사 규제강화’(20.7%), ‘금산분리 강화’(6.5%)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의는 “경제민주화로 논의되는 사안들이 대부분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인데, 이로 인해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축소되고 지배력이 약화될 경우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은 또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경우 막대한 자금을 들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투자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에 대해 ‘충분히 또는 어느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91.0%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방어수단으로는 상당수 기업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지분확보’(85.4%)를 꼽았다. 향후 경영권 위협시 상당한 자금지출로 인한 투자여력 감소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지분확보를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는 ‘대주주 지분 확보’(57.7%), ‘우호주주 확보’(18.4%), ‘자사주 매입’(9.3%) 순이었으며, 황금낙하산이나 초다수결의제 등 자금유출이 없는 정관상의 방어수단을 고려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했다.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 54.0%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현행 제도로 충분하다’는 의견은 29.7%로 나타났다.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경우 선호하는 방식으로는 ‘신주의 3자배정 자유화’(32.0%)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차등의결권제’(25.7%), ‘포이즌 필’(22.7%), ‘황금주’(18.0%)가 뒤를 이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국내의 경우 외국과 달리 지분확보 이외에 실효성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경제민주화로 경영권 불안이 야기되면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투자 대신 경영권 방어에 상당한 자금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