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오빠만 ‘승승장구’...두 딸은 '제자리' 이유가 뭔가

연일 신고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덩달아 ‘기세등등’
동생 회사 호텔신라·제일모직 실적 부진 주가도 가라앉아

2012-12-1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올 연말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했지만, 이 회장의 두 딸들은 현 직급에 그대로 머물러 이번 삼성 인사의 '잣대'가 과연 무엇인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승진 인사 목록에서 제외됐을뿐 아니라 호텔신라와 제일모직은 임원 승진인사 역시 타 계열사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 내부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다.지난 5일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7일에는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를 두고 관심이 뜨거웠던 가운데 시장의 관측은 올해는 이 사장의 부회장 진급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재용 사장 보다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었다.하지만 막상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진급했고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승진자 목록에서 제외됐다.이에 대해 시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사 원칙인 ‘신상필벌’이 엄격하게 적용됐다고 평가했다.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전략 제품 적기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세계 1위에 오르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휴대폰 사업에 기여한 승진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관련 승진자는 총 58명 (부사장 8명, 전무 10명, 신규 40명)이다.

반면 호텔신라는 삼성그룹의 상장계열사 중 가장 적은수의 임원 승진자(2명)를 배출해 체면을 구겼다. 제일모직 역시 기존 박종우 사장 단독 체제에서 삼성전자 DMC(완제품) 경영지원실장에서 내려온 윤주하 사장 투톱 체제로 개편됐다.

호텔신라는 최근 환율하락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의 호재가 실적과 주가에는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호텔신라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4% 늘었지만 영업익이 349억원으로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특히 주가는 내년 호텔 리모델링, 면세점 시장 격화 등의 악재로 지난 9월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11일 호텔신라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5050원으로 마감하면서 지난 9월 장 중 5만9800원을 기록한데 비해 25% 가량 주가가 빠졌다.증권가 역시 호텔신라의 대해 줄줄이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는 상태다.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내년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점을 목표주가 하향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대신증권 김윤진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낮게 나온 이유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비가 증가했고, 내수 침체로 내국인의 호텔수요와 면세점 수요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원은 “중국 고객에 대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한 단계 낮아졌다”고 말했다.김 연구원은 “호텔신라에 대한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하나 목표주가는 기존 5만9000원에서 5만700원으로 9% 낮춘다”며 “판매비 상승에 따라 앞으로의 실적도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키움증권 손윤경 연구원 역시 “2013년 예정된 서울 호텔 리노베이션 공사에 따른 이익추정치 하향을 반영해 호텔신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5만500원으로 하향한다”며 “호텔리노베이션으로 내년부터 호텔의 이익 기여가 감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제일모직 역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제일모직은 3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1조4876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2.9%, 12.8% 증가한 수치지만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690억원 수준으로 시장의 기대치인 930억원에 25% 가량 밑도는 결과이다.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김양재 연구원은 “케미컬 부문은 PC 2라인 신규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크게 작용했고, 전자재료 부문은 전방 IT산업 수요 부진으로 성수기 효과가 미미했다”며 “패션 역시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안좋았다”고 분석했다.이어 그는 4분기 실적개선이 기대되지만 OLED 부문 모멘텀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패션부문이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고, 케미컬 부문 증설 효과가 반영되는 등 4분기에는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OLED 소재 양산 매출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부담요인”이라고 설명했다.제일모직은 삼성의 신수종 사업 중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시행했지만 아직 결과는 투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주가 역시 이 같은 분야를 반영, 지난 9월에 비해 10% 가량 하락했다.이번 인사에서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승진 탈락에 대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조금 더 경영 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