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18일부터 29일까지 연극 ‘오만한 후손들’ 개막

남산예술센터 둘러싼 논쟁 다룬 연극 9월 18일~29일까지 무대 올라 기회는 불평등ㆍ 과정은 불공정 ‘어딘가 찜찜한’ 공공극장의 사유화 문제…

2020-09-04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의 네 번째 작품으로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공공극장 논쟁을 다루는 연극 ‘오만한 후손들’(원작 이양구, 각색 고해종, 연출 류주연, 극단 산수유 공동제작)을 9월 18일 부터 29일 까지 무대에 올린다. ‘오만한 후손들’은 공공극장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은 드라마센터다. 드라마센터는 1962년 동랑 유치진(1905~1974)이 한국 민족문화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정부가 제공한 땅에 개관한 극장이다. 건축가 김중업이 그리스의 야외극장을 본 따 원형극장으로 설계했으며, 현존하는 극장 중 건축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드라마센터는 2009년부터 10년간 서울시가 극장의 소유주인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으로부터 임차해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의 공공극장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1월 서울예술대학교가 서울시에 일방적으로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연극계 안팎에서는 극장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공공극장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되는 등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관련 연구를 엮은 책 ‘유치진과 드라마센터(친일과 냉전의 유산)(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 저)’도 발간됐다. ‘오만한 후손들’은 극장의 역사를 추적해 부조리함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할 것인지’ 묻는 작품이다. 극은 1962년 극장의 개막공연이었던 ‘햄릿’으로부터 시작된다.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 햄릿과 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며 연극과 현실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진다. 여기에 생동감 있는 르포르타주가 겹쳐 ‘민족문화의 화합’을 위한 극장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합법적’으로 사유화되었는지 법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정의로 문제를 반추한다. 식민, 냉전, 독재 정권을 지나면서 당시 관료들과 결탁했던 일부 인사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불평등했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은 불공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모두 합법적인 서류로 남았다. ‘오만한 후손들’은 ‘불법이라고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딘가 찜찜한’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문제를 들여다본다. 류주연 연출가는 1월 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센터 사유화 문제는 연극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만한 후손들’은 ‘일곱집매’, ‘노란봉투’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주로 집필해 온 이양구 작가가 극을 쓰고, 고해종 작가가 각색과 드라마터그를 맡았다. 극단 산수유에서 류주연 연출가와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승훈, 이현경, 이종윤, 이재인, 신용진, 현은영, 박시유, 반인환, 이지혜, 홍현택, 김신영, 홍성호, 서유덕 등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2014년 드라마센터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했던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 - 극장편’을 통해 극장이 지닌 역사성을 탐구한 바 있다. 또한 2018년에는 ‘남산예술센터, 10년의 평가와 그 이후’라는 주제로 ‘남산포럼’을 열어 공공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 지속적으로 극장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21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김미도 평론가(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류주연 연출가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논란과 사회적 관심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