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금융권을 흔들었던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 논란이 최근 또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한 가운데,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 표심을 의식한 '정략적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관련 법안이 최근 잇따라 발의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정부와 여론이 힘을 보탤 경우 지방 이전이 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 방안 중 하나로 122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불거진 국책은행 본점 이전 이슈는 업계의 강한 반발에 제동이 걸렸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쟁점에 맞춰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전주 갑)은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북으로 옮기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에 질세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연제구)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대구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IBK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보내려 하는 데에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함'이라는 명분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으로 금융도시를 분산시키겠다는 복안에서다.
그러나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법안은 아무 숙고없이 남발되는 대중 영합적 입법 경쟁”이라며 “국가 경제의 근간을 담보로 사익을 추구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시도로 의심된다는 점에서 강행할 경우 총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최근의 논란을 지켜볼 때 정작 국책은행의 수요자인 기업고객들의 목소리는 배제됐다는 점은 곱씹어 볼 일이다.
정책금융이자 산업금융을 담당하는 공적 금융기관이 지방으로 갈 경우 이들과 거래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는 치명적 '비효율성'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수출 등과 관련된 해외 프로젝트를 위해선 금융지원을 책임져 줄 은행의 '접근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산은과 수은은 자국 기업의 수주를 돕기 위해 금융 지원을 하는 중국과 일본의 정책 금융기관과도 경쟁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정치권이 추진 중인 '나눠 갖기식', 혹은 '묻지마식' 지방 이전은 정책금융기관의 혁신도 방해할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슈 몰이에 치중한 정치 인사들의 그릇된 판단에 애꿎은 국책은행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의원들의 치적 쌓기를 위한 섣부른 금융 인프라 확대 계획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논의에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산업기반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하는게 선행돼야 한다.